목사인 내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
손용억 ㆍ 2009/02/25 ㆍ추천: 0 ㆍ조회: 1415
몇 일 전 한 교인이 전화를 걸더니 목사인 내게 다짜고짜 따지듯이 말을 내뱉었다. “아니 목사들이 그렇게 개판을 쳐도 됩니까? 그것들이 깡패지 목사입니까? 목사님 생각은 어떻습니까?”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이었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내가 혹시 실수한 것이 없었나 돌아본 후, 그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 달라고 최대한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신앙생활 좀 잘 해보려고 크리스천 웹사이트들을 방문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 교회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감독과 총회장 자리를 놓고 난장판을 만드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목사들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그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싹 쓸어버려야 합니다.”
그제야 집히는 게 있어 그 분에게 그저“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하고 말았다. 무슨 설명이나 변명을 할것인가?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니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몹쓸 사람들, 그렇지 않아도 목사 위신이 땅바닥에 떨어졌는데 그런 짓을 하다니…. 그런 사람들이 없어져야 교회가 산다.”
그 다음 날 새벽 십자가 밑에 엎드려 기도하는데 이런 음성이 들려왔다. “너는 그 놈들 보다 뭐 나으냐?” 내 영혼을 화들짝 놀라게 하는 소리였다. 그러고 보니 정도의 차이는 있을 찌라도 나도 큰소리칠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
1973년 추운 겨울, 신학교에 들어가리라 굳게 결단을 내린 후 마당 한복판에 책들을 모아놓고 불살랐다. 그리고 친구들 앞에서 폭탄선언을 했다. “나는 이제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종으로 살아가기 위해 신학교로 간다. 그러므로 이 시간부로 세상 모든 것을 끊어버린다. 너희도 나와 함께 신앙의 길에 들어서지 않으면 끝이다.”
이렇게 단호하게 세상 모든 것들과의 결별을 선언했던 나, 그래서 지금까지 30년을 목회해온 나, 그런데 오늘 나의 행색은 어떠한가? “이런 목사들은 싹 쓸어버려야 합니다.”그 교인 소리에“Not me!”라고 제대로 항변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죽어야 할 목사는 나다.” 내 자신을 살펴보니 어느 새 나의 삶 속에 은근히 스며든 세속적인 생각들이 참 많다.
죽어야 할 모습들이 너무나 많다.
1.업적주의: 내가 담임목사일 때 무언가 크고 멋진 일을 해놓아야 한다. 2.물량주의: 어떻게 해서라도 교인 숫자를 늘려 놔야 한다. 교회가 커지기만 하면 다 된다. 3.성공주의: 남보란 듯이 내 이름을 내야 한다. 4.편의주의: 세상좋은 대로 살면 되지 유별나게 거룩할 필요가 있나? 5.자리주의: 어떤 자리든 높은 것은 내가 차지해야 한다.
6.신학주의: 내 지식과 경험으로 신앙을 멋있게 개념화 시켜야 한다. 7.물질주의: 목회도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재정확보 만 된다면 무슨 일은 못하겠는가? 8.편협한 이기주의: 내 교회만 잘 되면 되지 다른 교회가 어찌 되었든 나와는 관계없다. 9.외식주의: 겉과 속이 다르게 말하고 행동한다. 10.행사주의: 사람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이벤트를 많이 해야 한다. 심지어 예배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행사가 되어야 한다.
갑자기 뒷골이 당기며 으시시해진다. 하나님은 시퍼렇게 살아 계시는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하나님의 일’을 하고 있나, 아니면‘내 일’을 하고 있나? 빨리 십자가 밑에 목을 내밀어야 하겠다. “주님 저를 죽여주십시오. 그래야 당신의 교회가 제대로 살 것 같습니다.”
손용억 목사(미네소타 한인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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