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안부
이가림
전라도 정읍 산성리의
우리 외할머니네 집 굴뚝 밑에
묻어놓았던 옥색 구슬은
순수하게 빛나며 아직 있을까.
얄미운 개가 매장된 시체를 파헤치듯
우악스런 발톱으로
꺼내버렸으면 어떡허나.
그 굴뚝 근처에서
금순이들과 모여 저녁마다
꿩의 깃털을 등에 꽂고
나는 숨바꼭질을 하며 즐거웠다.
어릴 적, 그때 술래가 되어 숨은 뒤안의
귓속말 주고받는 내외같이
정정하게 서 있던 은행나무는
지금쯤 木棺이라도 지을 만큼 자라서
무성한 그늘로 지붕을 덮었겠지만,
무척이나 높아 보이던
한쌍 까치의 둥우리는 남아 있을까.
손 안 닿는 정상의 가지 새에
오늘도 태연히 그냥 있을까.
바람개비처럼 四季의 바퀴는 돌아
삐걱삐걱 굴러서 가나
위안도 없고 물소리 하나 없는
소란스런 시장 속을 흘러가며
가끔 짤막한 탄식이 터져나오는 것을 어찌하랴.
메마른 腦膸에 파인 생명의 샘처럼
생각 속에서만 간직되어 있는
내 소년의 童貞이여
시방
저 전라도 정읍 산성리의
우리 외할머니네 집
왕골과 갈대풀 냄새가 나는
그 굴뚝 밑으로 찾아가면,
겹눈이 기묘한 모밀 잠자리며
날카로운 밤새의 웃음 소리 들리고
보릿대 타는 연기 속에
별과 精靈과 그 무슨 꿈의 벌레들이 보일까.
*사진: 옹동 산성산과 산성리
*이가림 시인: 만주에서 태어나 정읍에서 성장.
출처 : 아이러브정읍
글쓴이 : 들메지기 원글보기
메모 :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내 용장사는 한국 불교 출판의 메카였다 (0) | 2012.04.27 |
---|---|
[스크랩] 칠보-태인, 궁중문화 누렸던 이유는... (0) | 2012.04.27 |
[스크랩] 내고향 정읍 옹동면 이야기 (0) | 2012.04.21 |
http://search.daum.net/옹동면산성산산성 Daum 검색에서 옹동면 산성산 산성에 대한 최신정보를 찾아보세요. (0) | 2012.04.21 |
0 | 2008.08.03. 08:44 내 고향 정읍시 옹동면 이야기 (0) | 2012.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