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경험한 5월 민중항쟁 이야기 - 두번째>
1979년 10.26이 일어나기 전부터 전남고등학교에서 생활지도부장(지금은 '학주'라고 하던가?)이었던 나는 여러 날 밤낮없이 일에 시달린 끝이라 17일 밤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지도 모르고 잠에 빠져있다가 전화벨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18일 이른 아침이었다.
불길한 예감 그대로 수화기에 들려온 목소리는 매우 다급했다.
“큰일 났다 종렬아. 계엄군 공수부대가 학교에 진입해 뿌렀어...”
전남대학교 학생처 부처장으로 복무하던 막역지우 정석종 교수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일요일이었지만 학생지도부 선생님들께 빨리 출근해주시라고 통지한 후 학교로 가는 버스 창문으로 전남대학교 후문 인근을 살펴보았다. 무장한 군인들 앞에 양손을 들고 서있거나 무릎 꿇려 있는 사람, 거기에 진압봉을 휘두르는 군인모습도 보였다.
그날 새벽에 전남대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정교수를 통해 들었다.
18일 0시, 공수특전대 1개 여단이 전남대학교에 진입하자마자 도서관 교수연구실 강의실 강당 각종 특별활동실 등을 가리지 않고 들이닥쳤다. 누구냐고, 왜 이러느냐고, 이 무슨 짓이냐고 한마디 할 틈도 없이 바로 박살나는 순간이었다. 대검, 진압봉, 개머리판, 구둣발로 무차별 가격하여 캠퍼스를 비명과 절규와 신음의 아비규환으로 만들었다. 반항 여부가 문제 아니라 사람의 존재 그 자체가 타격 대상이었다.
정교수는 놀라움과 두려움에 가득 찬 모습으로 “아무리 사람 목숨이 모질다지만 그렇게 맞고도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계엄군 공수부대는 18일 0시부터 잔혹행위를 개시하였던 것이다. 일제히 그리고 조직적으로, 철저하고도 의도적인, 치밀한 작전계획에 따라 특전부대의 실력행사를 거침없이 자행했던 것이다.
계엄군은 광주를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증언록이나 조사문서를 보자. 18일 오전, 전남대학교는 이미 특공여단이 주둔해 있었다. 하나 둘, 삼삼오오 정문으로 들어오던 학생들이 계엄군의 저지를 받자 정문 앞 다리 난간에 걸터앉았다. 시간이 좀 더 지나자 정문 앞으로 모여든 학생들이 늘어났고 학생들에게 해산을 명령하는 계엄군과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학생들은 해산명령에 불복하고 돌을 모았다. 그리고 이를 제압해 해산시키고자 돌진한 군인들을 향해 투석전을 벌인 것이 저들이 말하는 소위 “광주사태”의 시작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현상일 따름이지 본질은 아니다. 본질은 철저히 왜곡되어 있다.
학살비극은 어쩌다 생긴 실랑이나 우발적으로 일어난 과잉진압, 그것에 대한 저항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특정지역, 즉 광주시민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치밀하게 공격계획을 세워 공격작전을 실시한 데서 생긴 것이다. 광주 시민이 저항하지 않았다 하여도 상황이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계엄과 독재가 너무나 쉽게 계속되지 않았겠는가.
저항하지 않으면 식은 죽 먹기로 쉬워서 좋고, 저항하면 폭도로 몰아 무자비하게 진압하여 전두환 일당이 개선장군 되어 좋고, 어떻게 되든 공포와 전율로 전국을 완전히 무기력한 공항상태로 만들어 신군부가 대한민국을 집어삼키고자하는 흉계를 광주에서 집행했던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광주여?”
학교에 도착해 있는데 한 동료교사가 물었다.
“아따, 이 사람아. 서울에서는 안 되고, 김영삼이 있는 부마에서는 한 차례씩 치렀고... 광주는 변방인데다 김대중이 있지 않은가. 오랫동안 소외와 차별아래서 반항심 많은 지역이라, 미운털 박힌 것들을 요참에 허리를 콱 분질러 놔야 여러모로 좋지 않았겠어?”
하지만 그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누가 지어낸 소린지, 맞기는 한지 몰라도 헛발질에 고관절 나갈 짓을 그들은 저지르고 말았다. 군화 밑에 지렁인줄 밟았더니, 아이고 맙소사. 그 징헌놈의 항쟁이라니, 어떻게 그렇게 대들 수 있었을까.
>>5월 민중항쟁의 연재물이 <3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5월 항쟁 연재물] <1편> - 직접 경험한 5.18 민중항쟁,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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