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제111화 - 생강장수의 한탄

도심안 2019. 11. 5. 00:17

 

고금소총 제111화 - 생강장수의 한탄 (薑商恨歎)

《촌담해이》의 〈모란탈재(牧丹奪財)〉와 유사함.

http://blog.joins.com/kghkwongihwan/10447381

커다란 배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이

생강(生薑)을 사서

한 배 가득 싣고

낙동강을 오르다

경상도 선산(善山)의

월파정(月波亭) 나루에

배를 대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내 명색이 사내대장부로서

색향(色鄕)으로 이름난 이곳에 와서

그냥 장사만 하고

지나칠 수야 없는 일이지...."

그리하여 선산 고을에서

이름난 한 기생을 사귀어

그 집에서 생활하는 동안,

한 배의 생강을 모두 탕진하고

동전 한 푼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빈털터리가 된 상인은

기생과 작별을 하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내가 너의 집에

와서 지내는 동안

생강 한 배를 모두 날렸으나

후회는 없다마는

다만 소원이 한 가지 있다.

너의 옥문(玉門)이

어떻게 생겼기에

내 생강 한 배를

다 먹어치웠는지 보고 싶구나.

밝은 대낮에 한번

보여줄 수 없겠느냐?"

 

이 말을 들은 기생은 상인에게,

"그런 소원이라면

열 번도 들어드릴 수가 있습니다."

하고는 옷을 모두 벗고

번듯이 드러누워

무릎을 세우고

옥문을 보여 주었다.

이에 상인은 기생의 옥문을 헤치고

그 속까지 자세히 살펴본 다음에

다음과 같은 시를 한 수 짓고는

곧바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창황(蒼黃)히 떠나갔다 한다.

 

    멀리서 바라볼 땐 늙은 말의 감기는 눈알 같더니,

    가까이서 들여다보매 고름 든 종기를 찢어 헤친 상처 같구나.

    양쪽에 나온 입술 안에는 아무리 보아도 치아(齒牙)가 없는데,

    어떻게 한 배에 가득 실린 그 딱딱한 생강을 다 먹어치웠는고?"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13238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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