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111화 - 생강장수의 한탄 (薑商恨歎)
《촌담해이》의 〈모란탈재(牧丹奪財)〉와 유사함.
http://blog.joins.com/kghkwongihwan/10447381
커다란 배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이
생강(生薑)을 사서
한 배 가득 싣고
낙동강을 오르다
경상도 선산(善山)의
월파정(月波亭) 나루에
배를 대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내 명색이 사내대장부로서
색향(色鄕)으로 이름난 이곳에 와서
그냥 장사만 하고
지나칠 수야 없는 일이지...."
그리하여 선산 고을에서
이름난 한 기생을 사귀어
그 집에서 생활하는 동안,
한 배의 생강을 모두 탕진하고
동전 한 푼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빈털터리가 된 상인은
기생과 작별을 하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내가 너의 집에
와서 지내는 동안
생강 한 배를 모두 날렸으나
후회는 없다마는
다만 소원이 한 가지 있다.
너의 옥문(玉門)이
어떻게 생겼기에
내 생강 한 배를
다 먹어치웠는지 보고 싶구나.
밝은 대낮에 한번
보여줄 수 없겠느냐?"
이 말을 들은 기생은 상인에게,
"그런 소원이라면
열 번도 들어드릴 수가 있습니다."
하고는 옷을 모두 벗고
번듯이 드러누워
무릎을 세우고
옥문을 보여 주었다.
이에 상인은 기생의 옥문을 헤치고
그 속까지 자세히 살펴본 다음에
다음과 같은 시를 한 수 짓고는
곧바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창황(蒼黃)히 떠나갔다 한다.
멀리서 바라볼 땐 늙은 말의 감기는 눈알 같더니,
가까이서 들여다보매 고름 든 종기를 찢어 헤친 상처 같구나.
양쪽에 나온 입술 안에는 아무리 보아도 치아(齒牙)가 없는데,
어떻게 한 배에 가득 실린 그 딱딱한 생강을 다 먹어치웠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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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13238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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