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

풍경을 그려내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시詩

도심안 2019. 8. 29. 04:51

풍경을 그려내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시詩 생각나누기

2018. 8. 15. 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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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송화가루가 날린다. 날은 갈수록 무더워지는데 소나무의 꽃가루가 날리는 하늘이 한없이 눈부시다. 찔레꽃이 하얗게 피어나고 오동나무는 보랏빛으로 흔들리는 지금 이 순간은 새로운 날을 계획하고 꿈꾸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밤바람마저 부드러워서 깊게 들이쉰 공기를 조금씩 서서히 내보내면서 좋아서 책갈피를 끼워 두었던 글을 찾아 다시 읽어보았다.

이백李白은 그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에서 화간일호주花間一壺酒 독작무상친獨酌無相親 거배요명월擧杯邀明月 대명성삼인對影成三人 아가월배회我歌月徘徊 아무영영란我舞影零亂이라 하여 꽃 밭 가운데 술 항아리 함께 할 사람 없어 혼자 마신다. 술잔 들어 밝은 달을 모셔오니 그림자까지 셋이 되었구나 내가 노래하면 달 서성이고 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 어지러이 움직인다.’고 했다. 사람들 속에 함께함으로써 느끼는 만족감도 클 것이지만 이처럼 혼자 있는 시간들 또한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때로는 혼자 있음으로써 생각의 지평을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이며 나의 그림자와 노닐면서 시를 노래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숙명이기에 허리 휘어도/한결 같은 마음으로 사랑했다/가시고기처럼 먹이를 주워다 키운 정이었다///세상은 그래서 살만한 것이고/남은 날도/효의 범주에서/인간이 가야 할 올바른 길을 오르며/더욱 크게 커가는 모습을 조요로히 쓰다듬을 것이다. - 김정평 <어버이날 단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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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레일 같아요/서로 마주보며/종착역으로 달리는/당신과 나는/어쩔 수 없는 숙명이며 동반자/팽팽이 맞서는 두 길을/하나로 이어주는 건/침목枕木같은/사랑의 끈/호흡의 두 은혜/두 박자 엮음 노래.

- 장지홍 <부부(夫婦)>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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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호에서는 오월의 의미를 되새김하게 되는 시들이 먼저 눈에 띄었다. 김정평 시인은 어버이 달을 맞이하여 자식을 기르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했던 부모의 심경을 보여주었다. 새끼가 부화해서 독립할 때까지 수초로 이룬 둥지를 지키는 가시고기의 삶은 곧 부모의 사랑이 아니겠는가. 한편 장지홍 시인은 평생의 반려자로써 동반자인 부부를 숙명으로 보았다. 평행하게 이어져서 종착역을 향해 끝없이 달려 와 종착역을 바라보고 있는 노부부의 모습이 시를 통해 떠오르게 하고 있다. 무척이나 행복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아득하게 이어지는 기찻길 레일은 김영기 시인의 <야간열차>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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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도착하기까지 평생이 걸립니다/식어가는 커피색의 밤/잠이 증발하여 무수한 소금 별로 반짝입니다//레일 마디 뛰어넘는 소리가/상처난 어둠을 꿰매고 있습니다//생각이 생각을 붙잡고/기억이 기억을 불러내어/얕은 잠 건너가는 긴 밤 내내/차창에 불 밝힌 채/초식동물로 잠이 들었어요/열차는 끝없는 초록 위를 달립니다//햇살에 어둠이 녹아 마음마저 젖었지만/덜컹거리면서 가는 내 한 생은/이것으로도 충분합니다//여수행 밤 열차 때문입니다.

- 김영기 <야간열차>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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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달리는 야간열차는 생각이 생각을 붙잡고 기억이 기억을 불러낸다. 시인이 평생을 걸려서 도착하고자 한 그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무수한 소금 별이 반짝이고, 덜컹거리는 열차는 종착지를 향해 휘어지듯 곧은길을 달리는 데 시인은 덜컹거리면서 가는 나의 한 생은 이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어두운 밤을 달리는 야간열차에서는 지나온 여정도 나아갈 목적지도 분명하게 바라볼 수 없을 것이지만 그러기에 오히려 안심할 수 있으며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꿈에 본 풍경을 그려 낸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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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짜르르/천둥 벼락칠 때는/몸을 낮춰야 해//엎드려 몸을 낮춰야/벼락을 피해/ 대로 살 수가 있어 - 김환생 <천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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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이들의/ 고통을 아는 듯/ 단단하게 결박하여 같이 오른다//민중의 깃발처럼/서슬 푸르게/전진하다가 - 배영숙 <담쟁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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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은 김환생의 <천둥>과 배영숙의 <담쟁이>를 통해 더욱 진하게 다가왔다. 천둥과 벼락이 몰아칠 때는 한껏 몸을 낮추어야 제 명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이나 단단하게 결박하여 같이 오르는 민중의 깃발이 되어 진 담쟁이가 가슴 저 안쪽에 커다란 응어리가 되어 남아 있는 핏빛 슬픔을 불러낸 것이다.

화려한 외출 한울문원에서도 시인의 치열한 고민을 볼 수 있었다. 꽃길 따라 걷다가 가는 길을 잃어버린 강영하의 <꽃길>과 더는 허리를 굽히지 말라고 하면서 이제는 그만해도 될 때가 되었다는 김석순의 <이제는 그만>을 몇 번 더 읽어보았다. 일어날 때가 되었으니 동쪽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그냥 지나가지 않고 들려 깨우게 하라는 것은 초록의 생명의 싹을 기대하는 싱그러운 바람이었다. 특히 김성수의 <인생>은 짧은 시임에도 발길을 머물게 하는 큰 힘을 가지고 있어 반가웠다.

아침에 해가 떠오르는 모습은 저녁에 해가 지는 모습과 묘하게도 닮아 있다. 동쪽하늘에서 떠올라 종일 세상을 비추다가 서쪽하늘에 지는 것인데 떠오르는 것과 지는 것은 어쩌면 그리도 비슷한지 새삼 세상의 이치와 진리가 여기에 담겼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꽃이 피는 것은 식물이 씨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며 꽃이 진다함은 곧 씨가 여물게 되었다는 것이니 꽃이 지는 것을 서러워할 일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시인이란 지는 꽃잎과 무지개 피는 노을을 함께 볼 수 있는 것이니 한 줄의 시로써 행복할 수 있도록 오늘 하루도 결코 게으르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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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꽃잎 진다 서러워마오/무지개 피는 노을도 있어라.

- 김성수 <인생>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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