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

장 지 홍 시인의 - 슬픈 피에르 -

도심안 2019. 7. 23. 00:56

정읍내장문학 제25호 원고 송부| 장지홍

신영숙 | 조회 62 |추천 0 | 2017.08.11. 15:43

◘정읍내장문학 제35호 원고 제출

●그때는 그랬다 外 2편

장 지 홍

- 슬픈 피에르

차렷! 열 중 쉬어!

앉아! 일어섯!

논산 제2훈련소 연병장에서는

검지 하나로도

자유자재 말 잘 듣게 만드는

조교들의 횡포와 재주

명령과 복종이 최선의 미덕이었다

잘 길들여진 개 같은 놀음에

충성을 강요당하며

컹 컹 컹 하늘 보고 짖었다

컹 컹 컹 땅을 보고 기었다

울다가 웃다가

눈 내리는 개 같은 날에

허기져 할 말 잃은

우리의 청춘아.

- 눈물 나는 선물

여보게, 김영란법이란 게

머시대여? 혹여

등 따시고 배부른 금수저들이나

눈감고 아웅 하는

소리가 아닌지?

나의 초보 교사 시절,

밀린 유성회비 받아 내라는

교장 선생님 추상같은 명령으로

처음 가정방문이라는 걸

해 보는 날

전라북도 정읍군 옹동면 내동부락이었다.

비탈진 깔끄막 산길을 겨우 걸어서

허위허위 순덕이네 집에 닿았다.

″아이고! 성상님 오싯능기라우?

쪼까 여긔 기시기라우!

나 얼른 댕겨 올 텅게--‶

할머니는 1키로 남짓이나 되는 정동마을까지

단숨에 내려가 어렵게 구해온

사카린 한 봉,

샘물에 풀어 젓가락 한 개와

눈섶 가지런히 들여온 선물,

그런 인정이

오늘따라 눈물로 핑 도는 까닭은

어인 일인가? 눈물이 난다.

가슴 방울방울 목 맺혀 흐른다.

- 가족계획

향토사단 연병장에

느닷없이 사이렌이 울리더니

빨간색 앤블런스 한 대가

고닥새 들이닥친다.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자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오늘은 거세去勢하는 날,

구중궁궐에서나 있던,

내시內侍나 아니면 도야지 같은 하등동물한태나

보던 정관시술.

시퍼런 대낮에

푸른 제복의 대한민국 향토예비군,

멀쩡한 건각健脚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하나 뿐인 남성을 팽개치듯

시대에 헌납한다.

한 모금의 우유,

한 알의 달걀,

3일간 훈련 면제라는 지랄 같은

자유를 위하여.

●색즉시공色卽是空

사랑하지 마라

미워하지 마라

사랑하는 사람은

만나지 못해서 괴롭고

미운 사람은

만나서

더 괴로운 것이니,

사랑과 미움으로

이러쿵저러쿵

인연을 짓지 마라.

사랑은 미움의 뿌리,

미움은

사랑의 옥獄이니라.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색불이공色不異空

공불이색空不異色.

●탈바가지

알짜는 다 감추고

탈바가지를 보여주는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니가 알고

내가 다 아는,

숨길 걸 숨겨야지

감춰야 할 걸

감춰야지.

산처럼 돌아앉아

눈 감고 귀 씻으며

신문新聞과

텔레비전,

이제

안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