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

동진강 따라 걷기 (1)-끝. 김명관 고택에서 칠보발전소, 칠보면까지

도심안 2019. 7. 16. 07:54

동진강 따라 걷기 (1)-끝. 김명관 고택에서 칠보발전소, 칠보면까지| 섬진강,금강,만경강,동진강

최태영 | 조회 44 |추천 0 | 2019.06.03. 17:07




아흔아홉 칸 집’, ‘초가삼간()’ 등으로 말할 때 ()’의 뜻을 상식으로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방이 아흔아홉 개라는 뜻은 아니고요...

 

한옥의 규격은 한 간[一間]을 단위로 보아 몇 칸 집이라 부르는데요한 간은 기둥과 기둥 사이의 길이를 말합니다

그 한 간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 왔는데, 처음에는 여섯 자[]를 한 간으로 보았지요가로로도 그렇고 세로로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정면에서 보아 세 칸측면에서 보아 한 칸인 집이면 정면3간, 측면 1’ 그렇게 부릅니다

측면이 두 칸 이상인 집을 겹집이라 부릅니다뒤쪽에도 방이 한 줄 더 있는 꽤 큰 집이 될텐데, 만약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인 집이면 총 여섯 칸 집이 되는 셈이지요. 

즉 '여섯 자 * 여섯 자' 단위가 몇 개 있느냐라는 뜻입니다. 

그런 면적 위에 크고 작은 방들을 디자인해서 평면구조를 짜면 되는 것이므로꼭 방 개수가 몇 개라는 것과는 개념상 다른 것입니다.

 

명문귀족들이 경제력이 강해지자 사치로 흐르는 것을 막고 왕실의 권위를 지키기 위하여 백 칸을 넘는 집은 짓지 못하도록 했습니다이른바 아흔아홉칸집이라 불리는 저택이 많은 것은 바로 그 법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점점 사람들의 몸집도 커지고 주거공간을 더 크게 짓는 경쟁이 일자 

한 간의 규격을 슬쩍 올려 일곱 자로 확대했고 급기야 여덟 자 아홉 자까지도 늘려서 대저택을 짓는 법의 눈 속이기도 있었다고 합니다

언뜻 보아 세 칸인데 왠지 다른 집보다 커 보인다는 느낌이 들면 기둥사이를 여덟 자로 한 법 위반’ 집으로 보면 되겠네요.


대저택이라 하더라도 문간채(행랑채)를 들여다보면 노비들이 살던 방은 정말 좁아터진 한 칸 방입니다.

그러니 옛 서민(현재의 나를 포함하여)이 살던 삼간두옥(三間斗屋)이 얼마나 작고 소박한 최소한의 거주공간인지 알 수 있지요.


아, 인삼밭의 크기를 말할 때도 '몇 칸'이라 하더라고요. 한 칸이 얼마만큼인지 물으니 '예 자(여섯 자)'라고 합니다.

 

가이드의 말을 들으니 마침 앞서 말한 드라마 <녹두꽃>의 촬영지로 쓰이고 있다네요.

황진사댁이나 송객주의 집’ 등으로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동진강 답사는 이래저래 동학혁명의 역사를 따라가는 여행이 되고 있습니다.

 

고택 옆 고택문화 체험관에서는 음악무용극 공연이 7월 중순까지 계속되고 있어 마당에 차일이 쳐져 있고 기획자가 부산하게 움직이는 등 한가한 시골마을이 모처럼의 활기에 넘쳐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거 보신 분 있으세요?

다들 고택구경에만 눈이 멀어’ 못 보고 지나쳤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고택 들어가는 길 오른편에 있었습니다.


 

수차를 발로 밟아 둠벙의 물을 높은 곳의 논으로 품어 올리는 기구입니다.


 

김명관 고택을 나서서 다시 공동교를 되 건너와서 강의 왼쪽 둑길을 따라 걷습니다.

왼쪽은 오공리의 들판오른쪽 강 건너가 벼룻길입니다. 벼랑길은 이치마을까지 연결된다는데, 도중에 관리를 하지 않아 묻혀버린 구간이 있어 불안하다는 정국장의 설명.


이치교까지는 그럭저럭 걸었지만 이제부터 험로입니다워낙 풀이 길고 나무까지 자라고 있어 발밑과 머리 위를 모두 조심해야 합니다그런데 하도 긴 거리를 포장된 길만 걸었던 터라 오히려 풀밭이 발바닥과 무릎에는 더 반갑군요.


( 이 논에도 깃발이 꽂혀 있다. "내 논에 물 대고 있으니 물꼬를 막지 말아 달라." 그런 뜻인가? 실제로 물이 들어가고 있었다. )


 

약 1킬로미터를 그렇게 탐험하듯 걷고 큰길로 빠져 나왔습니다.

이 큰길은 칠보발전소 앞을 지나 칠보면 소재지까지 가는 길입니다길 옆에 노란 꽃을 많이 심어 눈이 즐겁습니다.

 

도중에 커다란 보를 발견.

가까이 가보니 커다란 취수구와 함께 중간규모 이상의 수로가 길게 뻗어 나와 있습니다강 건너편으로도 있는데 너무 멀어서 규모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네요.


 


칠보발전소입니다.


문이 잠겨 있고 안내자 없이는 어떤 경우에도 들어가볼 수 없답니다. 

펜스 뒤로 돌아가보니 엉성하게도 이곳은 열려 있고 무슨 공사인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들어가도 별로 막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잡히면 그만 둘 생각으로 아예 수문 위까지 올라섰습니다. 

덕분에 귀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네요. 


그러잖아도 조금 전까지 '강폭은 넓으나 깊이가 얕아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도중에 물을 빼 쓰니까 당연한 결과이겠지요. 그 모자라게 된 물을 다시 한 번 이곳에서 보충받는 셈입니다. 


발전용량 같은 자세한 이야기는 모르겠고, 

물은 확실히 다시 용기백배하여 달려갑니다. 

커다란 주 수문 아래로 나온 물은 직진하여 동진강 본류(북쪽)로, 

또 한 가닥은 발전소 마당의 '십자로'를 거쳐 내가 서있는 수문 아래를 지나 서쪽으로, 

각각 세찬 에너지를 뽐내며. 


서쪽으로 나가는 거의 같은 양의 물은 '정읍시내 간선수로'(몰라서, 내가 붙인 이름입니다)가 되는 것 같습니다. 

칠보교회 앞을 통과하는 하천을  암거로 통과하나봅니다. 

새로 들어온 새물은 유로를 바꾼 새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암거를 경험하는 셈입니다. 


그냥... 감동적일 뿐.

 


(행단교 아래를 거쳐 동진강으로 합해지는 물.)

(여기까지는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사진.)



(아래 사진부터가 몰래 찍은 사진.)


(위 : 발전기 터빈을 돌린 물이 두 다리를 거쳐 흘러나오고...)


(위 : 행단교 아래를 흘러 동진강 본류에 합해지는 물.)


( 위 : 내가 올라서있는 수문 아래로도 한 가닥 흘러 나옵니다. 이 물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위, 아래 : 곡선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 위 : '정읍시내 간선수로'로 흘러 들어갑니다. )


 (위 : 바로 이 칠보교회 앞을 통과해서 말이지요.)

 

 

(위 : 이 다리도 같은 이름의 행단교여서 헷갈리지만...)

(위 사진 2장 : 정읍시내 간선수로는 이 자연하천아래를 통과합니다.)



지난 번의 퀴즈가 있었죠. 

'동진강으로 가져오는 섬진강물 제2취수구가 어딜까요?' 였습니다. 

바로 이 발전소까지 7킬로미터 가까운 지하 도수구를 통해 물을 끌어들이는 곳, 옥정호의 임실 운암면 장금리 취수구입니다. 

발전소는 1945년에 준공되었다 합니다


정말 대단한 일을 했군요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아무리 보아도 수문 등 시설에 이름표가 없더라는 것.

발전소 앞 공원에 '水力報國(수력보국)'이라는 한 마디가 서 있긴 하지만 

중요도나 규모에 비해 너무 약한 느낌이었습니다. 

더구나 '물길의 십자로'는 거의 예술인데 그냥 아무 것도 없으니 허탈합니다.



아쉬움 남기고 다시 걷죠.

칠보면소재지.

칠보는 워낙 역사가 깊은 곳이라 내 짧은 역사실력으로 소개할 형편은 아니네요. 

최치원 현감이 여러 가지 업적을 남긴 곳이기도 하답니다. 

백제 때 이름은 태시산군(太尸山郡). 

지명에 왜 '주검 시(尸)'를 썼는지 궁금하지만 어차피 이두식 표기였을 터라  문제 삼을 일은 아닐 것 같네요. 

그러고보니 칠보면에 시산리(詩山里)가 있는데 옛 이름의 꼬리라 보면 될까요?

그런 다음 오랜 기간에 걸쳐 태산, 태인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칠보면이 태인현의 중심지로 있었다는군요. 칠보초등학교는 옛 관아자리.


오늘 투어는 길고도 길었습니다.
거리만이 아니라 볼 거리도 너무나 많았던 하루였습니다. 

여우치 빈샴, 

팽나무정 발전소와 최초 입수구,

운암발전소 옛 터, 

김명관 고택,

마지막 칠보발전소와 칠보 면소재지 등.

그래서 말도 많았네요.


끝까지 인내심 가지고 읽으신 분은 복 받으실 겁니다. 

이제 칠보면 거리 화보로 마지막 인사 드리고 
나도 좀 쉬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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