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을 빛낸 인물’ 선정, 과연 합당한가? | ||||||
| ||||||
정읍시청 현관을 들어서면 맞은 편에 ‘정읍을 빛낸 인물’ 13인이 나란히 모셔져 있다. 오른쪽부터 김화섭(金和燮)·이순신(李舜臣)·최치원(崔致遠)·임오경(林五卿)·정극인(丁克仁)·김개남(金開南)·손화중(孫化中)·전봉준(全琫準)·백정기(白貞基)·김양수(金良洙)·김도삼(金道三)·박준승(朴準承)·백제 여인 망부상(望夫像) 등이 바로 13인이다.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일이고 큰 범주로 봐서 지역을 빛내거나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분들이라는 데에 이의가 없지만 이대로 마냥 두고만 볼 수 없는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몇 가지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내용이 처음부터 종합적인 계획에 의해서 추진된 것이 아니고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게첨이 되었다는 데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표현을 좀 거칠게 한다면 주먹구구식(?)으로 했다는 말이 된다. 이순신 장군과 같이 ‘정읍만이 아니라 나라를 빛낸 인물도 포함되어 있고 백정기 의사와 박준승 선생과 같이 건국공로훈장 단장(3등급/국민장)과 복장(2등급/대통령장)을 받은 인물 그리고 건국포장을 받은 김양수 선생이 포함되어 있는데도 동급의 건국포장을 받은 독립유공자 나용균(羅容均)과 류병우(柳秉禹)는 이 지역 출신임에도 빠져 있기 때문이다. 시대적으로는 고대사부터 현존 인물까지를 포괄하고 있으나 근현대사인 독립운동과 동학농민운동 관련 분야에 치중되어 있다. 지역사는 근현대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상대적으로 자료가 많이 남아 있어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관련 자료와 게첨할 수 있는 사진이나 초상화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이점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기준이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설화적인 내용의 망부상은 포함되면서도 임진왜란 당시 죽음으로써 성을 지켰던 덕천 출신 동래부사 송상현(宋象賢)과 실록을 피란시킨 안의(安義)와 손홍록(孫弘錄)은 물론, 심지어 ‘호남성리학의 비조’로 일컬어지는 일재(一齋) 이항(李恒)선생과 호남 100대 인물로 선정된 증산교의 창시자 강일순(姜一淳), 일제강점기 조선불교 진흥책을 마련하고자 노력했던 태인 출신의 만공(滿空)스님, 그리고 전라도 최초의 신학생이자 호남 최초의 목사로 이 지역의 형평운동(衡平運動)을 주도했던 최중진(崔重珍)의 경우도 생략되어 있으며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도 인정했던 조선명필 이삼만(李三晩)도 빠져 있다. 고종 때 어진화가였으며 대원군과 최익현, 김영상, 전우, 황현, 최치원 등의 초상화를 그렸던 채용신(蔡龍臣) 역시 우리 고장과 밀접한 인연이 있는 역사적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제외되어 있다. 출생지도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했느냐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순신 장군과 전봉준 장군, 그리고 정극인 선생과 김제출신의 김도삼 선생이 게첨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병오년에 무성서원에서 의병을 일으켰던 최익현(崔益鉉)과 옥구 출신으로 고종황제의 명을 받아 전국 규모의 의병단체인 독립의군부(獨立義軍部)를 조직한 의병장 임병찬(林秉瓚)은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독립의군부의 참모관은 게첨되면서 이를 조직하고 지도한 인물이 빠진 것은 무엇으로 설명되어야 할 지 궁금하다. 차제에 게첨되어 있는 인물들의 업적을 관련 서적과 함께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실무자로 생각되는 사람조차도 어떤 기준으로 선정된 것인지, 그리고 어떤 경로와 과정을 밟아 게첨된 것인지 모른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게첨된 인물들의 관련 자료조차 구비를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렇게 선정과정과 절차가 석연치 않다보니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후손들의 입김이 작용된 결정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과 정읍 역사에 관심을 갖고 지역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라도 기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고장을 빛낸 인물임에도 시민들의 인지도가 떨어지는 인물들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도 관련 인물들의 업적을 보다 상세하게 서술한 소책자를 발간하는 한편 합당한 과정을 거쳐 추가 인물들을 다시 선정해서 재정비를 했으면 한다. | ||||||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몽인과의 만남 (0) | 2019.01.01 |
---|---|
봉화의 양반문화와 진주강씨 (0) | 2018.12.29 |
내 고향 옹동면 이야기 (4) | 2018.12.22 |
[스크랩] 정읍 사건 (0) | 2018.12.22 |
전북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 (0) | 2018.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