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교회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를 말하는 것 같아 뜨끔하다. 주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 열매를 많이 맺으려 노력하다 보니 교회가 성장했다. 열매를 많이 맺어야 한다. 작은 교회가 아름답다는 말을 믿지 마라. 목회에 실패한 이들이나 하는 변명이다. 주님 보기에 큰 교회가 아름답다." 작년 10월 조용기 목사가 자기 제자들을 거느리고 선포하신 용기전서 성공복음 1장 1절 말씀이다.

조용기 목사에게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은, 그저 아름다운 문장 표현이요 유명한 책의 제목일 뿐이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복을 누리지 못하는 루저(loser)들의 넋두리에 불과하다.

조 목사의 산상수훈을 전수한 무리들은 '믿슈미다, 쥬숍쇼셔' 하면서 대박을 비는 주문을 외울 것이다. 작은 교회 목사들은 상가 건물 내 예배당 차가운 바닥에 무릎 꿇고 '주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큰 교회로 부흥시켜 달라고 밤새 기도할 것이다.

죄송하지만, 꿈 깨시라. 밤을 새면서 기도하고 목이 터져라 주문을 외워도 목사님께서는 '주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교회를 만들 수 없다. 왜? 글쎄 안 된다. 정 궁금한가. 그렇다면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주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큰 교회를 만들 수 있는지 아래 기준을 가지고 자가 진단을 해 보기 바란다.

그대는 화끈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가. 교인들은 그대가 빤스 벗으라고 명령하면 아랫도리를 홀라당 벗을 준비가 되어 있나. 인감도장 갖고 오라 지시하면 냉큼 갖다 바칠 태세인가. 이 정도 카리스마가 없으면 주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큰 교회 만들 꿈은 아예 접으시라. 설교는 세련되고 깔끔하고 미끈미끈한가. 외모는. 자글자글한 얼굴 주름은 펴시라. 싸구려 포마드는 냄새가 역하다. 학위는. '명박'(명예박사), '목박'(목회학박사) 같은 거 한두 개쯤은 있어 줘야 한다. 그거 몇백 안 한다. 교인들 숨 돌릴 틈 없이 돌릴 뺑뺑이 프로그램은. 그런 것도 없이 은행 빚내서 건물만 번듯하게 지으면 사람들이 떼로 몰릴 거라 기대한다면, 그대는 분명 스마트 고속도로에서 역주행하는 삐삐 목사님.

목사님은 위의 여섯 가지 조건 중에 몇 가지를 채우셨나. 필요조건들을 채운 다음에 금식 기도를 하든지 철야 기도를 하든지 해야 되지 않겠나. 되지도 않을 큰 교회 꿈은 일찌감치 버리는 것이 본인 정신 건강에도 좋고, 교인들도 덜 괴롭다.

무한 경쟁 시대에 혼자서 열 걸음 앞서려면 무진장 잘나야 한다. 잘나지도 않은 주제에 기도만 백날 해 봐야 헛발질이다. 그리고 그렇게 앞서 봐야 하나님의 왕국이 확장되는 것도 아니다. 자기 왕국만 넓힐 따름이다. 하지만 열 명이 한 걸음씩 걷는다면, 속도는 느리더라도 방향은 올바를 수 있다. 서로가 서로를 세워 주고 지켜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굴 못 생겨도 된다. 학위 없어도 된다. 카리스마 쓸모없다. 오히려 욕먹는다. 머리 올빽으로 안 넘겨도 된다. 프로그램 없어도 된다. 설교는? 글쎄, 너무 아니올시다면 곤란하겠다.

감사한 것은, 혼자 열 걸음 뛰는 대신 함께 한 걸음씩 걸으려 하는 젊은 목사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들은 크지 않으면서도 예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교회를 만들어 보려고 애쓰고 있다.

'교회2.0목회자운동'이라는 모임이 올해 만들어졌다. 온라인 카페 주소는 http://cafe.daum.net/church2.0 이다.온라인 회원은 300명 가까이 된다. 매달 정기 모임을 갖고, 건강한 교회와 새로운 목회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있다. 이들은 "우리는 세속적 가치를 지향하지 않는 목회, 비움, 나눔, 작음을 지향하는 목회, 복음적 분업과 민주적 운영을 시행하는 목회, 교회 개혁 운동에 동참하며, 약자를 향한 사회적 책임을 지향하는 목회를 실천하기로 다짐하며, 건강한 교회, 새로운 목회를 지향한다"고 모임 성격을 소개하고 있다.

'2.0PLUS'라는 목회자 모임도 있다.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목사들 모임이 아니다. 쌍방향 소통을 의미하는 2.0에 '한발 더 나아간다'는 뜻으로 PLUS를 붙였다. 일곱 교회가 모인다. 매달 연합으로 강연회를 여는데,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는 말씀 사경회를 한다. 강사는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원장 김형원 목사. 이 교회들은 예배 공간은 따로 갖되 가까운 지역에 있는 교회들은 사무실도 같이 쓸 생각이다. (관련 기사 : 작은 교회 한계를 극복하는 일곱 교회 연합 사역)

<미주뉴스앤조이>는 2008년부터 3년째 건강한 목회를 꿈꾸는 신학생들을 돕기 위해서 멘토링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 김영봉, 이문장, 이재철 목사 등이 강사로 참여했다. 50여 명의 신학생들이 며칠 동안 함께 지내면서 교회와 사역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장이다. 한국에서도 <뉴스앤조이>가 건강한 목회를 꿈꾸는 목회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내년 여름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함께 한 걸음씩 내딛기를 원하는 분들은 일찌감치 일정 비워 놓으시길.

이 모든 일들이 사탄의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는 실패한 이들의 발악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주님의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헛된 길 돌아서서 이 길에 동참하는 길동무들이 하나둘 늘어날 때 한국교회에도 희망이 생기지 않겠는가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