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천추태후 '역사왜곡' 불가피..달라도 너무 달라!

도심안 2009. 9. 7. 00:19


대왕세종 종영후 기축년 새해부터 방영되는 '천추태후'의 초반 기세가 매섭기만하다.

지난 10일까지 불과 3회 방영에서 시청률이 20% 가까이 기록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이 드라마는 태조 왕건, 제국의 아침 이후 고려를 배경으로 한 사극으로 거란의 침략에 맞서는 여걸 천추태후의 일대기를 그렸다.

거란하면 떠오르는 위인인 '강감찬'역을 이덕화가 맡았고 주인공인 천추태후는 채시라가 연기한다.

특히 채시라는 사극에서는 첫 도전이라 이 또한 시청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천추태후 어린시절이 그려지지만 앞으로 채시라가 본격적으로 활약을 하게 된다면 이 또한 시청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천추태후가 이처럼 극초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앞서 말한 채시라의 활약상도 있지만 여지껏 역사사극하면 남성 중심이었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했다는 것이다.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한 사극을 보면 여자 주인공은 주로 남자 주인공의 연인으로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주몽에서도 이산에서도 그랬다.
심지어 여성이 아예 전체적인 비중이 거의 없다시피한 드라마도 있다.

태조 왕건이 그랬으며 불멸의 이순신 등도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천추태후는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주인공이 여성이다.
그런 면에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역사 사극에서는 더욱 이례적이다.
과거 서동요의 경우는 사극이지만 전쟁보다는 남녀 사랑을 그린 부분이 많았다.

또 천추태후에 들어가는 제작비 역시 시청률 상승에 간접적으로 견인하고 있다.
채시라의 갑옷은 한벌에 1000만원이 넘는다는 것.

제작팀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갑옷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 단양 온달관광지 내 1만8000㎡ 넓이로 조성된 세트에 8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하고 전투 장면에서 헬리콥터 촬영 등도 이 드라마의 스케일을 엿보기 충분하다.

그러나 역사적 배경인 만큼 왜곡에 대한 우려는 결코 비켜갈 수 없을 것이다.

역사적 배경을 그린 사극마다 거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역사 왜곡이 과연 이번에는 얼마나 논란이 될 것인지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미 연개소문, 주몽, 이산, 대왕세종 등 수많은 역사적 사극이 역사왜곡 즉 사실과 다르다는 네티즌들의 비판을 받았다.

물론 드라마마다 정도의 차이는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천추태후의 경우는 왜곡에 대한 비판 정도가 다른 드라마에 비해 심할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된다.

솔직히 부끄러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중-고교 시절 국사 시간 고려시대에서 천추태후를 배운 기억은 전혀 없다.

고려 하면 생각나는 위인이라면 우선 고려를 세운 왕건, 과거제도와 노비안검법을 시행한 광종, 그리고 성종, 고려말 공민왕, 노국공주가 떠오르고 또 강감찬, 정중부, 이의민, 경대승, 최영, 정몽주, 일연, 김부식 등이 일반적이다.

그만큼 천추태후는 개인적으로 나에게 있어서는 고려시대 뉴페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여기 저기 조사해 봤다.

천추태후는 헌애왕후 즉 고려 경종의 비로 태조의 아들 대종의 딸이다.
또 목종의 어머니, 헌정왕후와 친자매로 함께 경종을 받을었음.

그러나 외척인 김치양과 음탕한 생활을 공공연히 하며 그 사이의 아들을 목종의 후계자로 삼기 위해 왕실의 유일한 후계자 대량원군 순(헌정왕후의 소생으로 뒤에 현종)을 죽이려고 하였으니 실패했다.

결국 강조가 정변을 일으키고 천추태후는 유배를 살게 됨.

이 스토리만 보더라도 역사 왜곡 가능성이 높고 일부 네티즌은 벌써부터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몇가지를 우선 지적하면 천추태후와 음탕한 생활을 한 김치양은 신라왕족의 후손으로 돼 있으나 신라계보다는 고구려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 신라의 부흥을 꿈꾼다고 하는 것은 신라왕족이 아닐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극중 설정일 가능성이 높다.

주인공인 천추태후도 .. KBS '천추태후' 드라마 홈페이지에는
그녀의 이름은 황보수이며, 한때 헌애왕후였다가 천추태후가 된 여인.
태조의 손녀이자, 경종의 왕후, 성종의 누이동생 ,그리고 목종의 모후였던 여인. 대고려라는 이상 때문에 자신의 혈육과 정적이 되어야 했던 여인.
그리고 그 때문에 사랑하는 모든 이를 잃어야 했던 여인. 하지만 그 손에서, 그 마음에서 ‘고려’라는 선택을 한 번도 놓을 수 없었던 여인.

이라고 소개돼 있다.

그러나 고려 역사를 기록한 사적에는 김치양과 사이에 낳은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조카 즉 동생의 아들을 암살하려는 요부로 기록돼 있다.

다만 당나라를 일대 혼란으로 만들었던 측천무후를 연상하듯 어린 아들을 내세워 섭정하던 기간에는 외세침략이 없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정치, 외교적인 능력은 어느정도 인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어쨌든 이제 3회가 방영된 천추태후 .. 앞으로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천추태후라는 인물 자체가 역사에서 평가할때 긍정적인 위인이 아니기 때문에 회를 거듭할 수록 역사 왜곡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말 궁금한 것은 수많은 인물 중에 왜 하필 '천추태후'를 KBS가 선택을 했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것도 역사 왜곡을 피해갈 수 없는 인물인데...
차라리 민족 의식을 또한번 고취시키기 위해 오히려 '강감찬'을 다뤘다면 더욱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미 알려진 위인이긴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우리나라 역사상 3대 대첩인 귀주대첩의 주인공이기도 하지 않은가.. 그것이 정말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