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들이 점점 더 병들어갔다”…스웨덴 참가자가 전한 일기 보니

“열사병으로 대원이 쓰러졌다. 하반신 마비가 왔는데 기침약과 수면제를 받았다.”
파행 운영 논란을 빚은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마무리됐지만 여진은 지속되고 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스웨덴 스카우트 부대장인 모아 매너스트롬(23·여)의 일기를 통해 열악했던 새만금 야영지의 상황을 전했다. 모아 부대장의 글에는 엉망진창이었던 잼버리 상황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스웨덴 스카우트는 개영식이 열린 3일 새만금 캠프에 도착했다. 당초 일정보다 하루 늦었음에도 캠프는 전혀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고 모아 부대장은 전했다.
그는 “비가 오면 물에 잠길 것이라는 뜻의 레드존을 배정받아 텐트를 설치할지 말지부터 고민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텐트도 치지 못한) 상태였는데 개막식 장소까지 이동하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라며 “개막식 장소까지 가는데 폭 2미터의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 때문에 정체가 벌어졌다. 군중에 대한 통제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개막식을 마치고 새벽 2시에야 텐트 설치를 마쳤다. 그는 “매우 지치고 치열한 시작”이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매너스트롬 부대장은 “텐트 안이 너무 뜨거워서 아침 7시 이후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라며 “대원 몇명이 열사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물이 부족했는데 수돗물은 염소 냄새가 나고 미지근했다”고 지적했다.
음식 문제도 컸다. 스웨덴 스카우트에는 글루텐 알러지가 있는 대원이 몇명 있었는데 이들에게는 글루텐이 없는 콘플레이크와 바나나가 반복적으로 제공됐다. 채식주의자들은 단백질 대체물 없이 국수만 나왔다.
셋째날이던 5일 영국 스카우트가 철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캠프가 뒤숭숭해졌다. 그는 자원봉사자들이 접착제처럼 달라붙어 참가자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현상태가 유지된다면 잼버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열악한 상황은 이때까지도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매너스트롬 부대장은 “스카우트는 점점 더 병들어갔고 그들이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드는 게 급선무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장실의 위생 문제도 생각보다 심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청소년 화장실을 한번 이용한 적이 있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더웠다”라면서 “화장실을 나와 33도의 더위 속으로 들어갔을 때 오히려 안도감이 들 정도였다”라고 전했다.
또 “대원들로부터 여자 화장실의 쓰레기통은 위생용품으로 넘쳐있고 남자 화장실 벽에는 대변이 묻어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청소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변기가 막힌 화장실의 수가 훨씬 적어졌다”라면서도 “스카우트 중 한 명이 열사병으로 지쳐서 진료소를 갔다. 다리가 마비됐지만 그들은 기침약과 수면제만 받아왔다”고 하소연했다.
다음날에도 발목을 다친 대원과 함께 의료 텐트를 찾았는데 해열제 같은 필수 의료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매너스트롬 부대장은 “8일쯤에는 나도 지쳤다. 우리가 기대했던 것은 이게 아니라는 말을 들었고 우리는 대원들에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라면서 “그때 한 대원이 태풍이 오고 있다면서 다음날에 우리가 새만금을 떠날 것이란 말을 들었다고 전해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웨덴 스카우트들은 다음날 새만금을 떠났다. 매너스트롬 부대장은 마냥 기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버스에 탔을 때 마침내 에어컨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라면서도 “모든 IST 자원봉사자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우리가 떠날 때 그들은 매우 침울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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