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부여박물관과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103년만에 백제의 마지막 도읍인 부여 능산리 고분군(사진.사적 제14호)에 대한 재발굴에 나선다.
두 기관은 이를 위해 지난 23일 능산리 백제 왕릉원에서 발굴조사를 위한 고유제(告由祭)를 지냈다.
1917년, 부여 능산리에서 조선총독부 고적조사위원회 소속의 야쓰이 세이이치(谷井濟一)에 의해 1호(東下塚) 등이 발굴조사된 이후, 처음으로 백제 왕릉원의 중심부에서 재발굴 작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부여 능산리 고분군은 1915년과 1917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에서 6기의 고분을 조사한 뒤 정식보고 없이 정비한 바 있다. 이후 1966년 보수공사 중 발견된 7호분과 함께 현재는 총 7기의 고분이 확인된 상태다.
이후 지난 2016년 6월부터 2018년 7월까지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능산리 서고분군 4기를 조사, 무덤군 입지와 조성과정, 초석건물지 등의 자료를 확보했다.
이번 조사는 능산리 중앙 고분군의 본격적인 정밀 학술발굴조사로, 중앙에 자리한 왕릉군에 대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중장기 학술조사의 첫 단계로 묘역 중앙부와 남쪽 진입부를 대상으로 지하물리탐사를 실시해 2기씩 모여 있는 고분의 배치모습과 봉분의 규모가 현재 복원정비된 20m 내외 보다 훨씬 크게 조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능산리 고분군은 국립부여박물관이 1993년 인접한 능산리 절터에서 국보인 백제금동대향로를 발견한 뒤 부터 왕릉급 고분이 존재하는 곳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번 발굴은 백제 사비 시기 왕릉원 중심부의 시굴을 비롯해 체계적인 학술조사의 밑거름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백제 왕릉의 원형을 찾고 조사결과를 토대로 왕릉원의 전체 모습을 복원·정비할 수 있는 자료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고분군 전체의 시굴조사와 더불어 지금까지 조사된 적이 없는 사신도(四神圖)가 발견된 ‘백제 능산리 1호’의 관대(棺臺) 조사도 처음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