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인문학은 교회의 적이 아닌 동지"

도심안 2012. 2. 1. 22:15

"인문학은 교회의 적이 아닌 동지"
2011년 제 2회 전국목회자인문학독서모임
 
범영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는 24일 오후 2시, 연세대학교 알렌관 무악홀에서 제2회 전국목회자 인문학독서모임을 가졌다.
 
▲ 전국목회자인문학독서모임 전경     © 뉴스파워 범영수
말씀을 전한 김형태 목사(전 예장총회장, 연동교회원로목사)는 “군부독재 시절 일반 사회에 유행한 인간학의 문제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돈, 권력, 성으로 집약되고 있다”며 “에덴동산에서 범죄해 타락한 인간은 선악을 구별할 수는 있으나, 악을 버리고 선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영적 불구자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목회자들 또한 예외가 아니다”며 “목회자의 종교성과 도덕심으로는 정의와 화평을 함께 이룰 수 있는 영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 목사는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길 바라는 경건한 신앙적 결단”을 촉구했다.
 
격려사에 박위근 목사(예장 부총회장, 염천교회)는 “바쁜 와중에도 자리를 함께한 목회자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우리가 참 목사로서 스스로 어떻게 교회가 이 모양이 됐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때 이런 모임이 정말 중요하고 ncck가 이런 모임 주선한 것 매우 귀하다”며 “이 모임이 계속 지속되고 심도 있는 모임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첫 번째 ‘한국교회목회자의 새로운 패러다임’시간에는 김형기 교수(경제학, 경북대 교수협의회의장)가 ‘2011년 국제정세와 한국경제’란 주제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현재 진보·보수할 것 없이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경제정책을 위한 대안으로 ‘3c경제(창조경제, 협력경제, 청정경제)’를 제시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mb노믹스’에 대해 “양극화의 심화와 성장잠재력의 감소로 지속불가능하다”며 비판했다.
 
이어 질의응답시간에는 최근 정치계의 이슈 중 하나인 무상급식에 대한 한국 교회의 자세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김 교수는 “무상급식은 보수들도 저항하지만 받아들이는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보세력들이 무상교육까지 가는 것은 너무 신중치 못한 일”이라며 “영유아시기가 인성 교육 등 중요한 시기이기에 교육 전체가 아닌, 무상보육으로 방향을 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부 순서인 ‘목회자 자기성찰의 여정과 인문학’에는 3명의 교수가 나와 ‘인식과 실천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인문학’이란 주제로 각자의 전공에 관련된 인문학이야기를 참석자들에게 이야기 했다.
 
교수들의 강의가 시작되기 전, 이근복 목사(ncck선교훈련원 원장)가 ‘책과 목회, 그리고 행함’이란 주제로 자신이 책과 맺은 인연을 소개했다.
 
이 목사는 “책은 나를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줬다”며 “지금 ncck 선교훈련원에서 일하는 후배들과 여러 목회자들과 더불어 인문학을 열심히 공부하며, 한국 교회의 새로운 날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2부의 첫 발제를 맡은 백영서 교수(연세대 국학연구원 원장)는 ‘제도/운동으로서의 학문, 사회인문학’이란 제목으로 사회인문학에 대한 정의를 내리며 “제도로서의 사회인문학을 뛰어 넘어 강한 연대를 구축, 운동으로서의 추동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배철현 교수(서울대 종교학)는 “인간 문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소통”이라며 골격이 더 큰 네안데르탈인을 제치고 소통할 수 있는 사회집단을 만든 크로마뇽인이 빙하기에 살아남았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최근 힘이 줄고 있는 그리스도교를 위해, 인문학을 통한 성서의 재발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뒤이어 발제한 고재길 교수(기독교윤리, 장신대)는 본회퍼의 신학을 중심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인문학적 신학함의 가능성에 대한 소고’란 제목으로 발제했다.
 
고 교수는 인문학이란 “인간이 진정한 가치와 삶의 궁극적 의미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인문학자 도정일의 견해와 본회퍼를 비교하며 인문학적 관심과 그리스도교적 관심을 설명했다.
 
고 교수는 인문학적 신학함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며 “이를 교회가 자기 비판적 성찰의 과정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예수그리스도처럼 낮아질 때, 인문학적 신학함은 단순한 가능성에 머물지 않고, 교회와 사회의 현장에서 구체적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제가 끝나고 논찬의 시간이 이어졌다.
 
홍인식 목사(현대교회)는 "지난 달 한 교수의 가정이 교회에 등록을 했는데, 그 교수는 인간중심인 인문학을 연구하는 내가 기독교를 믿는 것은 나를 부인하는 것 같다”며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 ‘과연 인문학이 인간중심이고, 기독교는 신 중심이라 들어올 수 없는 건가?’라며 당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목사는 "인간이란 단어가 교회에서 소외당하고 있다"며 “예수님이 안식일 논쟁이 종교의 모습에 대해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중심 회복시켜 줬다”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는 안하원 목사(쪽방센터, “자아를 찾아가는 희망인문학” 운영자, 새날교회)는 정부 보조금에 만족하며 살던 사람들이 인문학 강의를 들으며 일을 하고 싶다고 하는 모습을 봤다며, “1년 동안 가르쳐서 단 한 사람만이라도 정부보조금에 의지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다면 국가적으로 이익”이라고 말했다.
 
3부 순서에는 목회자들이 나와서 목회의 영성과 인문학의 역할에 대한 발제를 했다.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는 “인문학이란 근본적으로 사람의 본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하며 “인문학은 신학과 인간학, 자연학을 포괄하는 통전적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지 목사는 “우리 민족의 사상은 천지인(天地人)사상”이라며 이는 “창세기 1장에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인문학적 통찰이 없이 목회는 불가능하다”며 “인문학의 창시자인 하나님을 섬기려면 그분의 인문학을 탐구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다”고 말했다.
 
뒤이어 발제한 김기석 목사(청파감리교회)는 “엠마우스의 창시자 피에르의 일화를 소개하며 인간이 삶의 극한에 몰렸을 때 필요한 것은 삶의 방편이 아닌 이유라고 말했다. 그리고 유배생활을 했던 도스토예프스키의 기록을 통해 ”인간은 의미 없음을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성경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이중적 책임을 강조한다”며 “하나님의 뜻을 조회하고 그 뜻에 조율하며 살 때 인간은 인간답다”고 말했다.
 
또 “끊임없이 회개하려는 이들을 더 큰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 참된 신앙이다”라며 “지금 타자의 시선 필요한 이때에 인문학은 교회에 좋은 파트너이다”라고 말했다.

발제가 모두 끝나고 이어진 논찬에서 김용덕 목사(강릉 영동제일교회)는 “현대는 빠르고 다양화되는데 개인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너무 늦다”며 “독서모임과 전국모임을 통해 인문학적으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기에 이 모임 귀중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논찬자인 이세우 목사(전주 들녘교회)는 “구제역이 인류에서 더 큰 재앙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 원인을 인문학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닭이나 돼지를 사육할 때 인간이 하는 동물학대를 이야기 하며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인문학 부재에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인문학을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논찬자인 송규의 목사(부천 약대교회)는 “신학이란 인문학이 추구하는 것에 대한 대답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하나님과 친밀함’, ‘그리스도를 닮아감’을 영성의 개념이라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인문학에 대한 성찰이 우리 영성 되돌아보게 만들어 깊이를 추구해 나가는 과정이 문제를 해결 하는 것에 대한 개신교인들이 대답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