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공부의 즐거움
장영희외 30인.
위즈덤 하우스
2009.5.19시작 5.21완독
소감:
교보문고 사이트에서 이 책의 소개를 읽었을때, 내게 다가오는 느낌은 이런것이었다.
“나도 계속 공부를 해야하는 입장에서 유명대학 교수등 공부를 통해 일정한 위치를 잡은 사람들이 골이 타분한 공부를 재밌게 할 수있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예상과는 달랐다.
우선, 사람들마다 각자 전공분야에서의 공부방법이 달랐고, 공부방법에 대한 주관이 달랐다.
누구는 가장 쉬운 것이 공부라했고, 누구는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통적인것은 자신의 전공에 대해서 나름대로 큰 자부심과 필요성을 갖고 열심히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 공부라는 것이 우선 범위가 매우 넓다.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서 알아보고 관심을 갖고 더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기로 한다면 이런 것이 공부가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공부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공부를 포기하고서는 더 나은 삶을 약속할 수 없다.
현재 전기기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고민이 많은 나,
그리고 이후 사주명리학을 배우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있는 나로서는 대부분이 대학교수인 공부달인들을 통해 공부에 임하는 자세를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유익한 책이었다.
주요내용:
서문-장영희(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이왕 공부를 할 바에야 억지로 하는 것보다는 즐겁고 깨달음이 있어서 언제나 새로우며 기꺼이 자기 삶의 일부가되는 공부라면 더 없이 좋겠지요.
17-나는 매일 공부한다. 무엇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하는지,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즐거운지, 어느 산이 아름답고 어느 공기가 더 깨끗한지, 그리고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를 알기 위해서, 살아 있는 순간 오늘도 공부한다.
25-정옥자(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꼭 필요한 자료를 찾고자 몇 날 며칠을 자료의 바다에서 헤매다가 마침내 그것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정말 표현하기 힘든 감동이다.
32-우리 선조들은 남을 침략하거나 약탈하는 존재를 오랑캐라 불렀다. 우리나라는 역사상 오랑캐 짓을 한 전력이 없기 때문에 평화공존의 논리를 개발하는 데 선두주자가 될 명분을 충분히 갖고 있다. 나는우리의 역사와 문화전통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오늘도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33-부경생(서울대 명예교수)
한밤중 불이 켜진 내 연구실을 보고서 한 제자가 더욱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편지를 보내왔다. 그렇다. 내가 제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은 그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39-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있는 사랑은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를 향한 그들의 눈빛이 말하는 것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나는 앞으로도 공부와 연구를 게을지 하지 않을 것이다.
연구(공부)란 끝이 없다. 때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도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왜 공부를 하느냐’라는 물음에 명확한 답을 갖고 시작한 공부라도, 그에 부응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다만 자신이 선택한 길을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즐겁게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41-김동회(대전지방노동청장)
어떤 책이든 좋아서 읽은 것이 내게는 좋은 공부가 되었다. 이 공부가 학습능력을 높여주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47-대망에 나오는 어느 무사의 독백은 내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인간은 천길 절벽에 외줄으 잡고 있더라도 그 외줄을 놓을 줄 아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48-이후 나는 매사에 마음을 비운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했다. 사실 여기까지 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더욱이 요즘은 중앙부처의 고위직이 대체로 엘리트 코스의 인재들로 채워지고 있다. 당연히 내가 이들가 경쟁에서 앞서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한 것은 무작정 어떤 종류의 책이든 좋아서 읽은 것이 좋은 공부가 되었다. 이 공부가 현장에서는 학습능력을 높이는 상승효과를 가져와 오늘의 나를 키워낸 것이다.
나는 고답적이고 심오하고 전문적인 공부와는 거리가 멀다. 그저 좋아하고 필요해서 책을 보고 공부할 뿐이다. 앞으로도 나는 내면을 살찌우고, 깊이 사유하고, 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쉼 없이 공부를 계속할 것이다.
49-김태길(대한민국 학술원 회장)
한국인들에게 어떤 윤리관을 심어줘야 서로 잘 어울려 살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지금도 내 공부 과제다. 나는 항상 능동적 자세와 즐거운 마음으로 이 연구에 열중해 왔다.
56-오늘날 한국이 안고 있는 윤리적 문제들은 한국인의 가치관 내지 사고방식가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나는 이것을 밝히는 연구에 많은 시간을 보내왔다. 그리고 현대 인류가 당면한 큰 문제들에 대한 세계 석학들의 견해를 연구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내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선택한 문제들이기에 나는 항상 능동적 자세와 즐거운 마음으로 연구에 열중하고 있다.
57-고미숙(고전평론가)
연구실에서 공부는 일상과 분리되지 않는다. 공부가 일상이고, 일상이 곧 공부다. 바로 그 때문에 일상은 곧바로 혁명이 된다.
64-연구실의 이웃이자 큰집이기도 한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의 지관큰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불교에 외부란 없다. 따라서 불교에서 개종이란 자비심을 잃는 것을 뜻할 뿐이다. ”
어설픈 모방이지만 나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공부에 외부란 없다. 공부는 원초적 본능이자 삶의 모든 과정”이라고. 그리하여 세상에는 두가지 선택만이 있을 뿐이라고.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65-임영인(성프란시스 대학 설립자)
외삼촌이 남긴 책 향기는 내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지폈다. 그렇게 나는 공부를 통해 삶과 현실을 읽고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워왔다.
77-윤구병(농부철학자)
나는 풀을 하도 잘 매서 ‘풀매도사’다. 아버지는 “게으른 눈 믿지 말고 부지런한 손 믿으라고”말씀하셨다. 눈으로 보면 언제 다 맬까 싶지만 손을 움직이면 금방 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84-요즘 내 공부 주제는 사랑이다. 무슨 거룩한 종교적 사랑이 아니라 짝지어 씨를 퍼뜨려서 생명의 시간을 미래로 이어가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남는 길’을 닦는 듯에서 사랑이다. 에덴동산에 서 있는 생명나무의 열매가 바로 사랑의 열매다. 그 나무가 영원히 개체로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면 왜 열매가 필요했겠는가. 아담과 이브는 하느님의 뜻을 어기고 제멋대로(자율적으로) 그 열매를 따먹었다. 그런데 그 열매는 사랑의 열매인 동시에 죽음의 열매이자 재생의 열매이다. 그 열매를 따먹은 벌로 아담과 이브는 낙원에서 쫓겨나 죽었지만 배꼽달린 아이들을 이 세상에 남겨 대대로 살길을 열어놓았다. 그 열매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나’다. 사랑 속에 ‘자연의 시간’,‘생명의 시간’의 문을 여는 열쇠가 숨어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그 열쇠를 찾으면 여러분깨도 보여주고 싶다.
85-이융남(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무작정 공룡의 발자국을 따라갔더니 미지의 세계가 내 앞에 있었다. 전국으로 암석을 찾아 샅샅이 뒤지니 공룡 익룡등 중생대 주인이 나타나 나를 유혹했다.
92-나는 척박한 우리나라의 척추고생물학 연구에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야외조사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미지의 동물들은 아마도 들추지 않은 지구 역사의 한페이지로 나를 유혹하며 나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93-이재호(성균관대 명예교수)
머리가 좋지 않아 열심히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내게 가장 좋은 공부방법은 메모하는 것이다. 그리고 매순간 배운다는 마음으로 탐구하는 것이다.
96-칭찬과 격려가 학생의 잠재력을 크게 발휘시킨다는 피크말리온 효과를 그때 처음 경험했다.
100-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머리가 총명하지도 기억력이 탁월하지도 않다. 다행히 나에게는 이것을 만회할 수 있는 메모하는 버릇이 있다. 햄리트나 엘리자베스 시대 젊은이들도 수첩을 갖고 다니며 좋은 착상이 떠오르면 바로 메모하는 버릇이 있었다. 가장 좋은 공부방법은 메모해두는 것이다. 그리고 매순간 배운다는 마음으로 탐구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나를 학자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언제나 지적 호기심이 많은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여겨왔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메모한다.
101-손보기(사학자, 선사고고학자)
확고한 가치관이 서 있지 않는 한 지식을 얻어도 자신의 생각을 뚜렷하게 주장할 수 없다. 나에게 공부는 가장 기본이 되는 양심선언 이라는 생각으로 평생을 해왔다.
107-정직한 우리 역사를 통하여 양심을 기반으로 한 가치간이 서있는 사회를 이루는 것이 일본이나 다른 외세로부터 진정으로 해방되는 길이자, 우리 젊은이들의 책임이었다. 확고한 가치간이 서 있지 않을 경우 지식을 얻어도 자신의 생각을 뚜렷하게 주장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나는 과학적 연구방법을 이용하여 우리 역사를 왜곡의 여지가 없도록 밝혀내어 일본이 더 이상 왜곡하지 못하게 막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확하게 밝혀진 역사를 바탕으로 반성할 부분과 자랑할 부분을 직시하게 될 때, 우리 민족에 대해 감정적인 자긍심이 아닌 진정한 자긍심이 생겨난다. 이러한 자긍심이 있는 사회가 바로 진정한 공동체이다. 지식이 상대화한 오늘날,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 전체가 양심의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우리 모두가 일종의 교육자의 역할을 해낼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서로에게 교육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자면 항상 공부하려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116-박진숙(세종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현재의 모습에 도달하기까지 목표를 정해놓고 달려오지는 않았다. 그저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했을 뿐이다. 간혹 남보다 더 빨리 목표를 이루려고 애쓰는 후배나 제자들을 보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시각디자인이란, 결국 대중에게 시각이미지를 전달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공감하느냐에 따라 성공여부가 달려 있다. 어떤 길을 통해 가든 그 과정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그것이 모두 내 능력으로 쌓이게 된다. 우직한 사람의 노력만이 산을 옮기듯 공부도 끊임없이 노력할 때 마침내 행복하고 성공한 삶으로 이어질 것이다.
117-이호철(성암초등학교 교사)
아이들에게 살아 있는 교육을 실천하려면 나 먼저 늘 깨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나 남보다 몇 배 더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다.
120-선생님은 “글쓰기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삶 모습을 진솔하게 쓰게 하면서 정직하고 진실한 사람으로 키우는 데 목표를 두는 것이다. 곧,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것이다. 글 쓸 거리를 찾고 정하는 단계에서, 쓸 거리를 생각하고 정리하는 가운데서, 실제로 글을 쓰면서, 쓴것을 고치고 비판하고 감상하는 과정 등에서 아이들의 삶과 생각을 키우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소박하고 솔직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잃지 않도록 할까? 풍부한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할까? 사물의 참모습을 붙잡게 할까? 사람다운 행동을 할까? 창조하는 태도를 가지게 할까? 이런 것이 목표가 되고, 글쓰기는 그 목표를 이루는데 가장 좋은 수단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124-어느 곳이나 다 그렇겠지만 가치관을 잘못 가지고 있거나 잘못된 관념을 깨트리지 못해서 옳지 않은 생각과 삶의 방식을 그대로 이어가는 일이 얼마나 많겠나. 그것을 깨트리려면 끊임없이 깨어 있고자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깨어 있어야 되도록 어린아이들을 가르쳐 왔지만 지금도 모자라는 점이 아주 많다. 그래서 언제나 남보다 몇 배 더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다.
125-이희수(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삐딱함이 나를 이슬람 문화와 만나게 했다. 이제는 따스한 이슬람의 실체에 대해 한 방울의 지식이라도 세상에 내놓고 싶다.
132-이스탄불 대학의 지도교수였던 메호메트 사라이 박사는 한국으로 떠나는 나를 불러 앉혀놓고 “교수는 항상 레몬 같아야 한다. 레몬의 존재가치는 맛이나 빛깔, 향기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가 품고 있는 액에 있으며, 그 액은 스스로 짤수 없고 남들에게 얼마나 철저히 싸여 지느냐에 달려있다”고 말씀하셨다.
지금도 나는 강의 첫 시간이면 으레 학생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한 방울의 지식이라도 모두 내놓을 수 있는 ‘레몬교수’가 되게 해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내 지식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지 달려갈 것이다. 작년 한 해에도 학교 밖에서 100회 이상ㅇ 이슬람 관련 강연을 했다. 요청이 있고 시간과 여력이 남아 있는 한, 지식의 한 방울이라도 사회에 되돌리려는 레몬교수의 길을 포기하지 않을 작정이다.
133-제타룡(전 도시철도공사 사장)
마른 논에 물을 대면 싹이 돋아나고, 이것이 후에 나무로 성장하여 열매를 맺는다. 사람도 계속해서 머리에 물을 대면 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139-또한 미래학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여 장래 비젼을 수립할 수 있었다. 21세기는 20세기의 생각과 경영전략으로는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이 미래학자들의 생각이다. 얼마 전까지도 기업을 구할 최상의 전략처럼 떠받들어졌던 다운사이징, 벤치마킹, 리엔지니어링 등과 같은 비슷한 전략으로는 다른 기업들과 경쟁할 수 없다. 무엇이 될지는 몰라도 새로운 전략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다. 새로운 전략,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역시 세상을 똑바로 보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공부를하면 할수록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오늘도 아침 7시에 영어학원에서 한 시간씩 강의를 듣고서야 출근한다. 벌써 5년째 계속하고 있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143-이유미(국립수목원 생물표본연구실장)
말없이 이 땅에서 자라는 작은 풀 한포기까지 찾아내어 세상에 알리는 것이 나의 일이니, 이 얼마나 즐거운 공부인가.
151-조동일(계명대 석좌교수)
공부하는 과정은 지루하고 힘들다. 그러나 깨달음의 즐거움이 모든 작업의 시발점이고 추진력이라 무엇이든 감내하면서 신명나게 내달릴 수있다.
158-아, 여기가 정상이구나. 산에 오르려고 한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정상에 이르렀다. 쳐다보아도 보이자 않던 정상이 이렇게 가깝단 말인가? 산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하는 것과 같은 과정이 그 뒤에 이어진다. 정상에서 느낀 감격이 하산의 지루함을 감내할 수 있게 하는 이유이다.
자료를 모으고, 논증을 진행하고, 집필을 마치고, 출판을 하는 과정은 지루하고 힘들다. 그러나 깨달으므이즐거움이 모든 작업의 시발점이라 추진력이라 무엇이든 감내하면서 신명나게 내달릴 수 있다.
그 노력의 결과가 논저로 나타나 손에 쥐어졌을 때, 애초의 깨달음을 되새기고 그 뒤의 진해을 되돌아보면서 말한다.이렇게 높은 산을 나도 모르게 올랐구나 ,하면서 놀란다.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가 하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즐거우니까 한다. 이렇게 대답해도 납득하지 못하면, 공부는 일종의 미친 짓이라고 한다. 누구는 놀음에, 어떤 사람은 낚시에 미치는 것과 같다.
미친 짓 치고는 괜찮은 것이 아닌가.
159-임형택(한문학자)
공부가 노는 것이요, 노는 것이 공부다. 그래야 공부도 재미있어 계속할 수 있고, 노는 것도 건강하게 할 수 있다.
165-한문학을 소외시킨 근대학문의 틀에 순응하는것이 능사가 아니고, 지금은 도전해서 지식의 새판 짜기를 해볼 만한 때이다. 나아가서 비뚤어진 질곡의 근대를 극복하는 과제가 진정으로 요망되고 있다. 이 거대한 지적 도발이 한문학 공부에서 창출될 수 없을까? 한문학 속에 무슨 손오공의 여의봉 같은 묘수라도 숨겨져 있단 말인가. 그런 뜻은 결코 아니다. 다만 지적도발 그 자체로서 공부인데, 근대에 대한 반성적 사고를 가능케 하는 깨달음의 원천이 한문학에는 풍부히 내재한다는 이야기이다. 문학의 근대적 개념을 해체하여 사상과 역사와 문학을 가로질러 종횡하고 민족주의로 구획된 일국사적 경계를 넘어서 동아시아로 인식의 폭을 확장하여 나가는 것이 썩 좋은 방도일 것이다.
167-임지순(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학문은 예술과 마찬가지로 독창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첨단 학문일수록 자기만의 독특한 사고가 매우 중요하다.
173-학문은 예술과 같아서 독창성이 가장 중요한 분야이다.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기존의 것을 따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자기만의 새로운 것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려면 틀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가 중요하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과학자나 대학생들은 이런 면에서 대담한 독창성이 매우 부족함을 절감하곤 한다.
과학을 공부하면서 즐거운 점은, 첫째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켜준다는 것이고, 둘째 과학기술의 발전이 실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어떤 학문이든 그것이 사회를 떠나서는 존립할 수 없고 존립해서도 안된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않더라도 궁극적으로 인류를 위해, 세상을 위해 보탬이 되기에 학문은 학문으로서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내가 공부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도 나는 지금의 공부가 참으로 즐겁다.
175-전상운(전 성신여대 총장)
빛나는 우리의 전통 과학을 알리는 데에 54년이란 세월을 보냈다. 그 노력으로 세계 최고의 과학업적을 남긴 세종 시대를 세계가 인정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182-1983년 일본에서 출간된 <과학사 기술사 사전>(이토 야마다편)연표에는 기원전부터 20세기에 이르는 세계 과학기술의 역사적 업적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여기에는 15세기 전반기(1400~1450년) 까지 주요 업적으로 동아시아에서 한국 29건, 중국5건, 일본0건이며, 동아시아 이외의 세계 전 지역이 28건으로 정리되어 있다. 따라서 세종시대의 과학기술이 15세기에 이루어진 다른 모든 나라의 성과를 능가한다는 사실은 나만의 주장이 아니라 전세계 학계가 인정하는 객관적인 사실로 인정받게 되었다.
지금도 나는 세종시대 과학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조선이 문관 위주의 사회가 아니었다면 그 후 엄청나게 달라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크다. 어쨌든 우리 역사에 이렇게 자랑스러운 시대가 있었다는 기념비적 사실에 더없이 기쁘다.
183-강명관(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누대로 쌓여온 어떤 사유가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든 것일까? 나는 그것을 공부하고 싶다.
189-다시 이탁오를 인용한. 그는 ‘성교소인’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쉰 이전에 정말 한 마리 개였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따라서 짖을 뿐이었다. 왜 짖느냐고 물으면 꿀 먹은 벙어리처럼 그냥 실실 웃을 뿐이었다.
지금 이 시대의 대학이 과연 인문학을 공부하는 곳일까? 인간의 가치가 이처럼 황폐하게 된 이순간보다 인문학이 절실한 적이 없지만, 대학의 인문학은 이미 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우수한 학생이 인문학을 떠난 것은 이미 옛일이 되었다. 대학의 인문학은 국가가 하사하는 연구비에 의해 관리되면서 잔명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자본이 대학의 인문학까지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오직 화폐를 향한 욕망이 범람하는 세상에 인문학자가 된 것은 불행이지만 화폐의 지배를 넘어서는세계를 꿈꾸기에 한편으로 보람찬 일이기도 하다. 읽어야 할 책은 언제나 넘치고, 머릿속은 생각으로 늘 가득하다. 쓸 것도 많다. 공부는 괴로운 노동이자 즐거운 창조다. 적어도 나에게는.
191-장회익(서울대 명예교수)
공자는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했지만, 나는 ‘아침에 도를 깨치고 낮에 이를 글로 적었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고쳐 말하고 싶다.
197-일찍이 공자는 “아침에 도를 깨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말을 했다.나 또한 이를 목표로 생애를 걸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 깨달음을 깨달음으로 그치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깨달음조차도 온전히 내 것이 아니다. 나를 있게 해준 우리 모두의 것이며, 그렇기에 우리 모두이 것으로 남겨놓아야 한다. 그리고 깨달음을 얻은 나는 당연히 또 다른 사람의 깨달음을 위해 말로 또는 글로 그 무엇을 남겨놓지 않으면 안 된다. 혼자 깨달아 그것을 무덤으로 가져간다면 중요한 그 무엇을 훔치는 행위와 다를 게 없다. 그래서 나는 공자의 말씀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아침에 깨닫고 낮에 이를 글로 적어놓았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그런데 아침에 깨닫지 못했거나 깨달았다 하더라도 글로 써놓지 못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연히 다음날까지 하루를 더 살아야 할 것이다. 그래도 안 된다면? 또 하루를 더 살아야 한다. 이렇게 해서 나는 하루하루 더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말하자면 나는 편히 죽는 날을 위해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공부하는 하루하루가 즐겁다는 것이 그나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199-최완수(미술사학자)
나는 공부를 좋아한다. 꽃도 우리 꽃을 더 좋아하듯 공부도 우리 공부를 더 좋아하는데 꽃 가꾸는 것보다 더 좋아한다.
206-문화를 식물에 비유한다면 이념은 뿌리이고, 정치 경제는 가지와 잎이며, 예술은 꽃이다. 그 꽃의 역사를 추적하여 잎과 가지, 뿌리를 헤아릴 수 있는 학문이니 어찌 공부가 즐겁지 않겠는가. 그러나 미술사는 공부량이 가장 많은 학문이다. 역사 공부가 정치, 경제, 사상사를 넘다들 만큼 최상위 수준에 이르러야 하고, 감식안이 또 더 보태져야 하며 시문과 불교경전 및 유교경전에 대한 기초 소양이 있어야 한다. 공부를 좋아하고 부지런하다면 평생 못 갖출 일도 없다.
211-김용석(영산대 학부대학 교수)
현실에 고뇌하던 대기업 직장인에서 어느 날 유학을 떠났다. 그렇게 시작한 철학 공부를 통해 사변적 지식에 매료되었고, 이제는 그 배움을 가르치기 위해 또다른 공부를 하고 있다.
218-가르치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의 인격과 자질에 대해 신뢰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스승과 제자 사이를 이어주는 신뢰의 끈이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과 있는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 나는 단 한번도 내 제자들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적이 없다. 내가 그들을 믿지 않으면 그 누구를 믿겠는가. 나는 -내가 하는 학문을 믿지 않듯이- 오히려 종종 나 자신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자질과 능력에서 고치고 보완할 데가 없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교육을 위한 또 하나의 공부를 시작한다.
219-천병희(단국대 명예교수)
아무리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경치도 책 속의 깊은 사상과 맛있는 표현을 곱씹어보는 것만큼 감미롭지 않다.
226-내게는 어떤 여행도 독서를 통한 지적 탐험만큼 즐겁지 않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경치라도 책 속의 깊은 사상과 멋있는 표현을 곱씹어보는 것만큼 감미롭지 않기 때문이다. 서사시, 드라마, 신화, 철학, 역사, 지리, 의학, 수학, 조각, 건축, 도서관, 민주주의 , 의회, 투표, 올림픽, 포도주 등 오늘날 서양 문화의 좋은 부분들은 대개 고대 그리스의 문화유산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서양문화의 원형을 이해하려면 그 원천인 그리스 정신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거기에 이르는 확실한 지름길은 그들이 남긴 기록과 유산부터 올바로 파악하는 일이다. 거기에 그리스 고전 연구의 의미가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문화적으로도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이 분야의 전문가들을 양성하여 그리스 로마 고전 200권 정도는 하루 빠릴 우리말로 옮겨야 할 것이다.
227-김경재(한신대 신학과 교수)
나의 붓 대롱으로 본 하늘이 ‘하늘의 전부’가 아님을 아는 것이 공부하는 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겸손의 덕목이다.
233-진정한 종교란 권위적 종교의례나 경전신조에 사라을 얽매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앞선 성현들의 높고 맑은 생명적 진리체험을 내안에서도 체험해보도록 돕는 일이다. 그리하여 연꽃처럼 오물과 부유물이 가라앉은 연못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황량한 계속에서 매마른 풀뿌리를 씹어 삼켜도 새하얀 젖을 만들어내는 양들처럼 멋있는 삶을 살아가는 비법을 체득케 도와주는 것이다.
결국 종교란 무한시공의 총체적 표현으로 ‘지금 여기’에서 자유롭게 사랑하면서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데 있다. 신학이나 종교학을 잘하려면 철학적 소양이나 도덕적 진지성을 지녀야 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학적 상상력과 시인의 감수성을 지니는 것이라고 요즘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235-박홍규(영남대 법학과 교수)
우리는 왜 공부를 하는가. 우리가 절망한 시대와 사회를 변혁하고, 자유로운 ‘자기’의 존재가치를 알기 위해서.
그리고 이제는 절망한 공부 자체를 극복하기 위해서 참된 공부를 찾아 스스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242-나는 왜 공부를 하는가 . 우리는 왜 공부를 하는가. 우리가 절망한 시대와 사회를 변혁하고, 자유로운 ‘자기’의 조재가치를 알기 위해서, 그리고 이제는 절망한 공부 자체를 극복하기 위해서 참된 공부를 찾아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이야말로 도구, 수단, 기능으로 타락한 토막지식을 암기하는 공부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바람직한 삶과 사회와 시대를 즐겁게 탐구하는 전인적인 교양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것이 공부의 올바른 모습이고, 더욱이 지금 이 시대는 그런 공부를 한 사람을 필요한 건 아닐까.
243-정진홍(서울대 명예교수.종교학자)
즐겁지 않으면 공부할 수 없습니다. 또한 자신이 지닌 문제에 대한 반향을 경험해 나아가지 않으면 공부를 지속할 수 없습니다.
249-종교사를 공부하면서 저는 종교가 한 번도 스스로 자신이 가르치고 선포하는 그 내용을 실천하거나 구현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정직하게’ 승인하지 않으면 종교에 대한 어떤 담론도 정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종교를 공부하는 일, 그것은 저에게 천형과 다르지 않습니다. 믿으면 되는 일을 알려고 하는 일은 도무지 ‘효율적인 삶’의 태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분명한데 그것을 피해 가는 것은 아무래도 떳떳치 못합니다.
공부를 왜 하느냐는 물음에 이제 겨우 제 자리에서 답변을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저는 정직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내 물음을 묻고, 내 대답을 추구하는 자유를 호흡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공부하는 까닭의 전부입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러합니다.
257-동양에서는 공자와 맹자를 암송하게 했고, 이 성현들의 지식이 암송을 통해 내 것으로 익혀진 후 나의 상상과 철학이 보태어져서 비로소 새로운 학문이 탄생한다. 서양에서도 그리스 로마의 고전문학을 암송하듯 반복해 읽는 것으로 인문학의 기초를 만들었다. 교양과 인문학의 공부는 암기이며, 바로 암송이 읽기 그 자체이다. 암기하지 않고 읽는 것은 밥 안 먹고 끼니를 넘기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사랑 없이 젊음을 겪는 것이 차라리 암송 없는 글읽기보다는 덜 허무하다.
258-일반 교양을 비롯해서 철학이며 역사 그리고 외국문학 읽기에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이런 공부는 끼니가 아닌 군것질 같은 재미, 출근길 아닌 산책 같은 신선함과 정해진 길을 가다가 드넓은 광야나 찬연한 꽃밭을 돌아치는 것 같은 환희를 맛보게 해준다. 그래서 나의 대학 수업은 ‘잡학강의’가 되곤 하는데, 그 덕분에 지금 이 나이에도 ‘디지털 내러티브’를 강의 할 만큼 온갖 것들이 내 속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259-지관스님(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부처님과 선현들의 지혜를 다시 후래에 전하는 계왕개래의 책무와 그 은혜에 보답하는 일이 바로 내 공부다.
261-고산지원법사께서는 “오호라 배움을 어찌 가히 잠깐만이라도 게을리하며, 도 또한 어찌 가히 잠시도 멀리하겠는가. 도는 배움을 말미암아 열리고, 성현의 자리 또한 도로 인해 이를 수 있거늘, 도 가히 잠시도 여윌 수 없는 것이다. 나아가 저 성인도, 또 현사도 반드시 배움에 있거늘, 성현 그 아닌 이들이 어찌 배우지 않고 사람이 되려 하는가. 배움은 음식, 의복과 같아 성현과 중생이 비록 다르지만, 배고프면 밥 먹고 목마르면 마시고 추우면 옷 입음이 다르지 않듯이 배움 또한 그와 같다”고 하셨다.
265-문자, 즉 한자연대로 소급하면 동아시아 인류는 유로화폐나 유럽연합에 비할바가 아니다. 문자는 정신과 문화의 지도를 그리고 읽는 도구다. 옛 사람들은 정신의 지도를 그리고 전승함에 막힘이 없었다. 근대 이전 활발한 동아시아의 지성사 교류는 요즘의 컴퓨터만큼이나 전달에 장애가 없었던 한문문화권에 근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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