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수석으로 3년 만에 대학을 조기 졸업하고 로스쿨 준비 중입니다” 손빈희를 만난 때는 2005년 12월이었다. 당시 검정고시만으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만 14세 소녀가 4년 장학금을 받고 법대에 입학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과연 이 어린 친구가 대학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취재를 했다. 이윽고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손빈희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
“이번 인터뷰의 주제가 뭔가요?” 순간 데자뷰를 의심했다. 손빈희(18)는 4년 전에도 인사와 함께 똑같은 첫마디를 건넸다. 그녀에게 주제란 꽤 중요한 것인 모양이다. 따지고 보면 공부를 잘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주제’를 아는 것이다! 똘똘하고 귀여웠던 학생이 이젠 어엿한 숙녀가 됐다. 인터뷰를 한 후에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유명세일 것이리라. 기사가 나간 후, 기자에게 학생의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공중파 방송국 기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그간 제법 TV 출연도 했던 모양이다. 손빈희의 부모는 공부 잘하고 있는 아이에가 소위 ‘바람이 들까’ 걱정했었다고 한다. “기사가 나가고 TV에 출연하면서 기획사에서 연예인 제의도 왔고요. 방송국 PD가 방송인으로 키울 생각 없냐는 말씀도 했어요. 그런데 빈희가 거절하더군요. 공부로 성공해서 방송에 나가겠다고요.” 어머니 윤미경씨는 어린 나이에도 신념이 확고한 딸의 모습을 보고서야 안심했다. “대학에 들어가 혼자 생활하는 것이 걱정됐는데 어느새 철이 들었더군요. 옛날에는 동생 챙기는 일이 좀처럼 없었는데 이제는 무슨 일이든 가족을 먼저 생각하더라고요.” 정식 교육을 받고 대학교에 입학해도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게 마련이다. 손빈희의 경우 집에서만 공부하다 열네 살에 타지에 나가 홀로 생활해야 했다. 주변 사람들은 과연 대학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우선 원하던 공부를 하니까 탄력이 붙고 재밌었어요. 그리고 늘 집에서 동생 세 명과 공부를 하다보니 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답답했었죠. 그런데 대학에 가니 학생들과 경쟁하며 할 수 있고 평가받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손빈희가 받은 첫 학기의 성적은 4.5점 만점에 4.3점이었다. 영재 장학금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기준이 3.8점 이상이었는데 거뜬히 조건에 충족한 것이다. 대학교 전공 책이 어렵지 않았을까? 대학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어릴 때부터 해온 집중력 훈련이 큰 도움이 됐어요. 암기가 좀 빠른 편이에요. 언니 오빠들이 밤새 외운 걸 한두 시간에 외워서 시험 때 그대로 썼어요.” 오랫동안 공부할 때는 머리가 아프게 마련이다. 그럴 때는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5분 정도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배운 명상과 뇌호흡을 했다. 피곤이 풀리고 머리가 맑아져 집중력이 높아졌다. 그렇다고 손빈희가 공부만 했던 것은 아니다. 축구 동호회에 가입해 동기들과 어울리기도 하며 대학생활을 만끽했다.
중국어 특기 살려, 국제 통상 전문 변호사가 꿈 손빈희는 지난해 부산외대 법학과를 수석으로 조기 졸업하고 현재 2곳의 로스쿨에 1차 합격해 면접을 준비하고 있다. 그녀는 향후 5년간 계획이 이미 짜여 있다. 우선 로스쿨에 입학해 한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딴 다음 미국에서도 변호사 자격증에 도전할 예정이다. 그 이후에는 국제 거래법에 관한 박사과정을 공부할 것이다. 그녀는 중국과 한국의 국제 통상법에 대해 관심이 많다. 로스쿨 입학을 희망하는 이유는 좀 더 특성화, 전문화된 변호사를 꿈꾸기 때문이다. “로스쿨에서 공부를 다 마쳐도 스무 살이거든요. 일을 할 수 없잖아요. 앞으로 중국과 우리나라의 무역 국제 거래가 많아진다고 해요. 국제 통상 전문 변호사가 비전이 있을 것 같아요.” 그녀는 어릴 때부터 품었던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이 변한 적이 없다. 계단을 오르듯 하나하나 준비했다. 법전 공부를 위해 한자능력시험 2급 자격증, 로스쿨 입학을 위해 토익은 905점, 국제 변호사를 위해 중국어능력시험 8급 자격증을 갖고 있다.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여서 법 체제가 우리와는 달라요. 법률시장이 아직 개방되지 않아서 우리나라 회사가 진출할 때 애먹는 부분이 많다고 해요. 변호사들 중에 중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별로 없대요. 중국어를 할 수 있는 국제 변호사라면 틀림없이 블루오션이 될 거예요.” 4년 전 함께 홈스쿨링을 했던 여동생들은 현재 호남대학교 중국어과에서 4년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고 있다. 두 여동생도 내년에 조기 졸업을 할 예정이다. 두 사람의 목표는 최연소 중국어 교수가 되는 것이다. 교습 학원을 경영하고 있는 그녀의 부모들은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피눈물을 흘렸다”며 홈스쿨링이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그리 간단하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들의 자녀가 모두 반듯하게 성장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교육에 대한 의지와 신념이었다. 4년 전 취재를 마치고도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던 의구심과 불안들을 이번 후속 취재로 말끔히 떨쳐낼 수 있었다. 다음 4년 후에 손빈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최연소 국제 변호사가 돼 있을까? 그녀를 발굴 취재했던 기자로서 상상만 해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꿈을 향한 신념으로 똘똘 뭉친 그녀의 미래는 분명 해피엔딩일 거라 자부한다. |
14세에 최연소 대학생 된 손빈희 4년이 흐른 지금은?
레이디경향 원문 기사전송 2009-12-04 10:50
'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정규교사는 0명, 비정규직은 7만명 증원 (0) | 2009.12.24 |
---|---|
[스크랩] 인근학원... (0) | 2009.12.20 |
[스크랩] 전주에서 고교생이 만취자 생명 구해 (0) | 2009.11.28 |
[스크랩] 원하는 시간·장소서 수강하는 MBA `인기` (0) | 2009.11.28 |
[스크랩] 이북 사람들이 왜 말을 잘하나 했더니… (0) | 2009.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