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

세계 평화와 한국 종교사상의 세계사적 역할 필요

도심안 2021. 10. 29. 01:20

세계 평화와 한국 종교사상의 세계사적 역할 필요


기사 작성:  이종근 
- 2021년 10월 11일 16시55분

2021 세계종교포럼 전국학술대회가 8일부터 9일까지 전북대학교 인문대학 인문사회관 208호에서 '21세기 세계평화와 한국종교사상의 세계사적 역할'을 주제로 열렸다.

전북도가 주최하고 세계 종교평화협의회, 사단법인 민족문화연구소(소장 김익두), 서울대 종교학과가 공동 주관한 이번 학술대회는 이틀 동안 열렸다.

서울대 종교학과가 주관한 첫날의 학술대회는 “성스러움을 향하는 세계의 중심: 전라북도”라는 주제로 「성스러움을 향하는 세계의 중심, 전라북도: 여그 땅이 그런 기운을 지닌 땅이여」(유요한, 서울대), 「전북의 종교문화: 민심의 한가운데에서 천심을 보다」(최종성, 서울대), 「경기전, 태조의 본향을 담다」(권용란, 한신대), 「원불교, 새로운 세상을 노래하다: 전북과 새 회상」(박병훈, 서울대), 「해원상생과 후천 개벽 운동의 산실: 강증산과 전라북도」(박인규, 서울대), 「팔림세스트로서의 공간/영화적 이미지: 영화 를 중심으로」(최화선. 서울대) 등의 발표가 이어져,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종교사상의 여러 면모들을 논의했다.

민족문화연구소가 주관한 둘쨋날 학술대회에서는 「한국 역사상(易思想)의 세계평화 비전과 미래에의 길」(관신환, 술실대), 「동학사상의 세계평화 비전과 실천방향」(황의동, 충남대), 「증산사상의 세계평화 비전과 미래의 길」(김탁,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사상사 맥락에서 본 전북사상사의 역사적 전개」(김익두, 전북대)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번 학술대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전라북도의 사상, 전북에서 이루어진 사상사의 주요 궤적들을 종합적으로 논의한 최초의 학술대회였다. 마지막 발표였던 전북대 김익두 명예교수의 「한국사상사 맥락에서 본 전북사상사의 역사적 전개」란 발표는 처음으로 전북사상사의 전개 전반을 역사적으로 정리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

김교수는 전북사상사의 근원은 부족국가시대 마한의 제전의식 자료에서 찾을 수 있으며, 그 핵심은 천지인의 우주생명 조화사상이이며, 이 사상이 삼국시대에 이르러 풍류도사상으로 심화되고, 불교 쪽의 미륵사상이 유입되면서 전북사상은 미래지향적인 후천개벽적 활기를 얻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남북국시대에 이르러 풍류사상이 고운 최치원에 의해 태인에서 재활성화 되고 미륵사상은 김제 출시 진표율사에 의해 본격적으로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고려시대에 이르러서 풍류사상은 불교화 과정을 겪고, 미륵사상은 민중화의 과정을 겪게 되었으며, 고려 말기에 정읍 고부의 백운 경한화상에 의해 불교의 교선일체(敎禪一體) 융합사상과 나주의 혜심에 의해 유불일치설(儒佛一致說)의 융합사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조선시대 초기에는 정읍의 불우헌(不憂軒) 정극인(丁克仁)이 전통 풍류사상을 유교적 풍류사상으로 계승하여 호남지방에 전파시켰으며, 대동/민주사상의 맹아 또한 불우헌의 고현향약(古縣鄕約) 작업 등에 의해 싹텄고, 조선 중기에 이르러서는 정여립이 이를 계승하여 대동/민주사상으로 전개했으며, 정읍의 일재(一齋) 이항(李恒)은 율곡 이이와 퇴계 이황의 명목론적인 주기설(主氣說) · 주리설(主 理說)을 실질론적인 이기일 물설(理氣一物說)로 전환시켜 성리학의 일대 획기적인 전환을 이룩한다.

이어 조선 후기에는 서학에 대응하는 한국 북학(北學)/실 학이 부안에서 반계 유형원 에 의해 전개된 점을 강조하였다. 조선 말기에 이르러서는 북학/실학의 지배층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동학(東學) 사상을 전북 사상가들은 정읍 ·고창을 중심으로 해서 혁명적인 사상의 방향으로 전개했으며, 동학의 서학 대응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진안의 광화(光華) 김치인(金致仁)이 남학(南學)를 창도, 동학의 서양 대응적 한계를 극복하는 ‘중학 지향성(中學志向性)’으로 나아갔다.

바로 이같은 ‘중학 지향성’의 방향은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드디어 정읍 출신 증산(甑山) 강일순(姜一淳)에 의해 ‘해원-상생-대동’의 ‘증산사상(甑山思想)’으로 심화 · 확장되면서 새로운 통합사상의 방향으로 전개, 전북사상은 이제 21세기적 세계사상사의 개방적이고 상호­융합적인 지평을 마련하게 됐다. 전북이 판소리나 하고 농악 장단만 뚜드리는 지역이 결코 아니라, 우리나라의 사상사 특히 근현대 사상사를 그 중심에서 주도해 이끌어온 지역이라는 점이다. 김교수는 이번 발표에서 전북 지역의 바로 이같은 ‘사상사적 위대함’을 이 지역의 주민들이나 학자들까지도 너무 무관심하다는 데에 깊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