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외의 문학
산외의 문학 고향소식
산외의 문학
동초 김석곤(1877~1953)
태인 태흥리에서 출생, 산외 동곡에 청계정을 짓고 14인의 계원과 더불어 은거하며 학문을 논하고 여러 상두산 일원의 계곡 암반 등지에 암각서를 남김. 산외와 관련한 시로는 동곡용두상이 있다. 이 작품은 1945년에서 1953년 사이에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오언고시로 8폭 병풍에 지본묵서(김철수 소장)로 쓴 작품이다. 2007년에 나온 『정읍지역 금석문 연구』에 시 전문과 해설이 실려 있다.(해설 문학박사 유종국 전북과학대 교수)
계산 임혁규(1892~1964)
전남 무안 태생으로 1919년 아버지를 모시고 정읍 산외 평사리로 이사
흥원을 가면서
함흥천리 멀고 먼 길 삼방협(삼방협)을 넘어드니 금강산 늦은 안개 청천강에 잠겨있다. 어느덧 기적일성(기적일성)에 흥원이 여기로구나.
1942년 3월 흥원경찰서 서장의 소환을 받고, 4월 22일에 흥남의 흥원경찰서에 구금되다. 기차를 타고 흥원경찰서에 가면서 「흥원을 가면서」라는 시를 남겼다.
*박용규, 『조선어학회 항일투쟁사』115페이지, 한글학회, 2012
송영조
호는 월계 생몰연대: 미확인 산외 정량리 태생 시인 겸 교육자 송기섭의 부친으로 추정
청류
청류백석파 막항진간거 거악오기청 갱무세이허
맑은 시내에 흰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결아 속세를 향하여 흘러가지 말지어다. 가서 만일 맑은 물을 더럽혀 버린다면 다시는 그 물에 귀를 씻는 일을 결코 허락하지 않으리라.
신사년(1941년)칠월 상두산 아래 명주담 암반에 새긴 송영조의 시로 추정.
소고당 고단
1922년 전남 장흥에서 출생 1939년 김환재와 결혼하여 정읍 산외로 이주 1977년 삼인규방 가사집 1991년 소고당가사집 상, 하 1999년 소고당가사속집전 2003년 전남 장흥 평화동에 가사비 2007년 정읍 산외중학교 교정에 소고당 가사비 2009년 12월 12일 별세 2013년 소고당 규방가사 작품선집 『평화사시사』
하당 송기섭
1925년 12월 28일생 정읍시 산외면 정량리 977번지 부친 송영조, 모친 최종을의 4남 1940년 산외 초등학교 졸업 1947년 서울 한영중학교를 거쳐 전주농원학교 졸업 1947~1991년 산외, 화죽, 두월초 등을 거쳐 산외 화죽초등학교 교감을 끝으로 퇴직 1991년 정년 기념문집 『고향 노을』 (서울, 미래문화사) 1992년 문예지 표현 상반기(통권 제42호) 제8회 신인작품상으로 등단 1996년 시집 『날지 않는 새는 새가 아니다』(전주, 신아출판사) 1997년 12월 22일 별세 2008년『송기섭 시전집』(보현출판사) 2008년 3월 30일 산외 정량리 원정량마을 어귀에 시비 건립
산외팔경 연작시와 고향하늘에 뜬 별 연작시 등을 남겼다.
산외팔경(1) - 묵방조일
물안개 쓴 묵방산이 남은 어둠을 밀치고 아침을 펼쳐 놓는다
용강의 기러기 떼 빛살을 물고 물안개 면사포를 벗기면 나뭇잎 풀잎도 이슬 털고
동진강 물굽이에 동학 농민 함성이 감돌아 내린다
100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한 슬픈 이야기로.
송재옥
1935년 산외면 정량리에서 출생 1991년 표현지 신인작품상 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 갓길 달리는 세상(1996, 신아출판사) 두 번째 시집 흔들려야 안정하는 추(2002, 푸른사상) 세 번째 시집 시간 구워먹기(2009, 신아출판사)
박정만 시인
1946년 8월 26일 산외 상두리 동진마을에서 부친 박승걸, 모친 이효인의 2남 4녀 중의 차남으로 출생 1959년 화죽초등학교 졸업 전주북중, 전주고, 경희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1965년 7월 경희대학교 전국 고교 백일장에서 시 돌로 장원 196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겨울 속의 봄 이야기 당선 1981년 한수산 필화 사건 불법구금 고문 1988년 10월 2일 별세, 10월 4일 경기도 양평 모란공원에 안장 1989년 현대문학상, 1991년 정지용 문학상 1999년 12월 내장산 어귀에 시비 건립 2005년 박정만시전집 간행(해토)
소운 김정숙 시인
1960년 정읍 산외 출생 1993년 계간 『시와 사회』 겨울호를 통해 등단 1994년 시집 『속살 예쁜 남자』(푸른 문화) 1997년 시집 『하늘 자물쇠』(새미) 2001년 시집 『슬픈 자유』(시와 사람) 2004년 시집 『널 소유하지 않으면서 또한 소유하는』(문학의 전당) 한국방송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숭실대학교에서 문예창작과정 수료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재학 부천 작가회의 편집위원과 사무국장을 역임 사단법인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수필가 임광순
1938년생
수필집 3권 멀고먼 청와대 나는 졸이로소이다 아직 공연은 끝나지 않았다
산외면은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효시인 정극인의 상춘곡이 쓰여진 태산선비문화권의 일원에 속한 지역으로 가사문학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소고당 고단여사가 규방가사 문학작품을 남긴 곳이다. 조선시대의 유명한 문인은 보이지 않지만 일제 시대에 침략자들의 압제를 받으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조선인의 기개와 선비 정신을 보여준 지사의 고장이다. 이를 보여주듯 태인 태흥리 출신으로 이 지역에서 은거하며 사라져가는 선비문화와 정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동초 김석곤의 흔적들이 보이고, 우리말을 연구하며 일제로부터 핍박받는 조선어학회에 거금을 후원한 일로 고초를 겪은 계산 임혁규 또한 암각서 등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다진 흔적을 남겼다.
현대에 이르러 산외는 시인의 고장인 정읍의 한축을 형성하였다. 가사문학의 고단은 산외별곡과 동학 이야기 등을 통해 이 고장 선인들의 고난과 삶의 일대기를 서사로 담아냈으며, 서정시인 박정만은 1980년대 군사독재의 억센 발길질에 스러져가면서 수많은 작품을 토해낸 일로 유명하다.
박정만시인은 산외 출신의 최초 현대 문인으로 기록된다. 그의 특출한 시재는 일찍이 엄계재를 넘어 전주에서 빼어난 문학스승과 문우·선배들과 어울려 빛을 발했으니, 전주고 재학시절 스승으로 신석정 시인 등의 가르침을 받았고 선배로는 이가림·강인한·이상렬, 후배로는 전주북중부터 시작하여 경희대학교까지 이어진 하재봉이 있다. 후배시인인 인근 산내 예덕마을 태생의 박성우시인은 박정만시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경력이 있으며, 문학을 사랑하고 박정만시인을 기리는 이들이 그를 추모하여 시인의 태가 배출된 생가를 찾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고향인 산외에 거주하며 생활인으로서 분주한 한편으로 시창작에 황소걸음을 다한 이들로 두 명의 시인을 꼽을 수 있다. 교육자인 송기섭은 산외팔경을 비롯하여 고향하늘에 뜬 별 등의 연작시를 통해 향리의 맑고 올곧음을 문학적으로 표출하였으며, 풍자시풍의 작품을 통해 날카로운 안목으로 세상의 이면을 비춰낸 송재옥시인의 문학세계는 이 고장 특유의 맑은 서정과 찬찬함을 보여준다.
20세기는 대탈주의 시대였다. 농촌공동체가 마지막 불꽃같은 타오름을 보여준 1970~80년대를 지나 20세기 후반 급격한 노쇠화현상을 드러냈다. 떠밀리듯 새 물결을 찾아 떠난 도회로의 대탈주는 수많은 신흥 유민을 탄생시켰다. 조부모 세대에 이어 부모 세대들 마저 하나둘씩 스러져간 그곳. 이제 고향은 실물이 아닌 심상 속의 한 그리움일 뿐이다.
시인 김정숙이 그리는 고향은 그리움의 유년이면서 돌아갈 집과 반겨 맞이해줄 부모가 부재한 뿌리 공백의 폐쇄된 간이역이다. 그의 세 번째 시집 책소개에 실린 글을 읽어보자. “자기를 긍정하기 위한 아픔과 현재에는 상실된 고향을 되찾으려는 귀향의식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정의관계를 회복하고자함을 노래했다.”
- 이하 줄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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