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소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이미 검찰에 고소·고발당한 상태다. 그는 지난 7일 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관련 고발당한 사건은 순수한 정치 문제이므로, 검찰은 손을 떼라”고 요구했다. 수사 대상에 오른 당사자가 국회 법사위원장 지위를 이용해서 자신이 고발당한 사건을 수사하지 말라고 압박을 가한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이러한 발언에 항의하는 민주당 김종민 의원에게 그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며 버럭 소리를 지르고 “웃기고 앉아있네. 병신 같은 게”라고 말했다. 당시 국정감사장에서 튀어나온 그의 이러한 욕설은 인터넷을 통해 고스란히 생중계됐다고 한다.
논란이 커지자 여 위원장은 김 의원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대한 검찰의 미온적인 수사는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검찰에 자진출두해 ‘내 목을 치고 멈추라’는 발언을 한 후 검찰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했고, ‘자신의 책임’이라던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도중이라 출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에 반발한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남부지검 국정감사에서 “국정감사 끝나고도 소환 통보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출석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송삼현 지검장에게 질문했지만, 송 지검장은 구체적 방안 제시 없이 "법과 원칙대로 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우리 국민은 검찰이 군사독재의 통제에서 벗어나 정치적 독립을 보장받으면 틀림없이 사회정의를 세우는 본연의 역할을 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가지게 된 검찰은 국민의 기대를 무참히 배반했다. 특히 이번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과 관련해 검찰이 행한 먼지떨이식 반인권적 표적수사는 통제받지 않는 검찰 권력이 군사독재의 총칼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것과 검찰 권력을 견제하는 개혁이 매우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라는 사실을 온 국민이 깨닫게 했다. 검찰개혁을 역설하는 문재인 정부와 조국 장관 그리고 국회까지 무시하며 선택적 정의를 실현하려는 검찰의 칼끝은 결국 우리 공동체를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칼날일 수 있다는 자각을 하게 했다.
이러한 검찰 권력에 동조해 기득권 수호에 앞장서는 대한민국 언론도 민낯을 드러냈다. 그들은 자신이 의도한 방향대로 뉴스를 생산하고 여론을 조작해 또 하나의 권력으로 군림하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일부 언론은 개혁해야 할 또 하나의 적폐가 되고 말았다.
올해는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지 꼭 10년 되는 해다. 이명박 정부 당시 검찰과 언론은 논두렁 시계 운운하며 모멸감 주는 무차별 수사와 보도를 자행했다. 퇴임 후에도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던 비주류 출신 전직 대통령을 부패하고 파렴치한 정치인으로 몰아 ‘타살’하고 말았다. ‘지못미’ 트라우마에 치를 떨던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을 지켜야한다는 사명감과 함께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부르짖으며 또 다시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서게 됐다.
제도 정치권 국회는 당연히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충실한 개혁 법안을 조속히 제정해내야 하겠지만, 국회의 법안 마련과는 별도로 당장 행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검찰개혁은 미룰 이유가 없다. 법무부는 ‘정부조직법’, ‘검찰청법’ 등에 따라 검찰청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있고, 이를 실질화하기 위한 감찰권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30일 출범한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1호 권고안으로 직접수사 축소와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을 위한 규정 등 개정 작업을 내놓은 바 있다. 이어서 2호 권고안으로 검사의 비위 행위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라고 비판받던 검찰의 ‘셀프 감찰’을 폐지하고 법무부의 감찰권을 실질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즉, 조국 법무부장관이 임명한 감찰책임자가 현직검사들의 비위행위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검찰 카르텔을 깨려면 검사에게 검사 감찰을 맡기지 않아야 ‘살아있는 권력’으로 군림하는 현직 검사들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서초동에서 열린 ‘검찰개혁 촉구 촛불집회’는 수많은 참석자들에도 여전히 평화로운 축제 분위기를 이어갔고, 드론 촬영을 통한 공중 촬영 장면을 보면 서초역 사거리 일대를 가득 메운 촛불은 ‘황금 십자가’ 모양으로 흐르고 있다. 광장정치로 국론이 분열됐다는 쓸데없는 걱정일랑 접어두시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하나님의 나라’가 바로 이 곳 광장에 십자가와 함께 열리지 않았는가?
최병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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