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스크랩] 창골산 칼럼 제1726호 /해 아래 새 것이 없나니

도심안 2018. 8. 21. 00:09

창골산 칼럼 제1726호 /해 아래 새 것이 없나니

 

 제17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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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아래 새 것이 없나니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는 새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 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가 있기 오래 전 세대들에도 이미 있었느니라(전도서1:9~10)" 사람들은 대부분 새 것을 좋아한다.

 

    새 집, 새 자동차, 새 휴대폰, 새 주방기기, 심지어는 새 부인까지 <새 것 증후군>이 만연해 있는 것 같다. 어떤 이는 1년 마다 자동차를 바꾸는 것을 보았다. 그러니 하늘에서 돈벼락이 떨어지지 않는 한 살림이 온전할 수가 있나? 늘 경제적으로 허덕거리며 살면서도 또 다시 1년 쯤 지나면 자동차를 바꾸곤 했다.

 

   이 정도면 병이라고 할만하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휴대폰을 새 사양이 나올 때마다 바꾸는 것을 본다. 그들만 그런가? 살림하는 여자들은 주방기기에 대한 <새 것 증후군>이 있다. 시골에서도 성도들의 가정을 방문하면 주방이 새 주방기기들로 번쩍이는 것을 본다. "아, 상당히 여유가 있는 살림이구나." 라고 생각하는데 또 다른 면을 볼 때에는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목욕을 하면 하루가 상쾌하고, 머리를 손질하면 3일이 기분 좋고, 새 옷을 사서 입으면 1주일이 날아갈 것 같고, 새 차를 타고 다니면 1년은 어깨가 으쓱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은, 새 물품이 주는 기쁨이란 짧다. 새 물품이 배달되어 집에 설치되는 순간 이후부터 이미 그것은 중고품이 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사람들이 새 것을 선호하는 것은 마음의 공허를 메우기 위함이 아닌가 하고 나 혼자서 생각해본다.

 

    10년 전 3월 1일에 전 목사님이 은퇴하시고 우리 부부가 사택으로 이사를 했다. 시골 교회이고 그 당시에는 미 자립 교회였으므로 매 달 목사님 사례비 드리기도 힘에 겨웠다고 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이사를 하기로 하였을 때 교회 살림을 도맡아하는 집사님들이 사택이 낡았으니 수리도 좀 하고 도배도 하자고 하였지만 사정을 다 아는 우리는 극구 반대하였다. "괜찮습니다.

 

    우린 좀 해지고 낡은 것이 더 편해서 좋습니다. 너무 산뜻하면 우리 취향에 안 맞아요. 낡고 좀 때 묻은 것이 더 편하니까 괘념치 마세요." 라고 하여 전 목사님이 쓰시던 그대로 이사를 하였다. 목사님이 은퇴하니까 책도 물려받았고, 14년 동안 쓰시던 사모님의 손때 묻은 주방 살림도 몇 가지 물려주셨다.

 

    그 중에서 지금까지 가장 요긴하게 쓰고 있는 것은 믹서기이다. 그 믹서기로 말할 것 같으면 매우 오래된 것이다. 아마도 사모님이 처음 살림을 시작하셨을 때 구입한 제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니 그 오래 전에는 믹서기라는 것이 없었을 터이니 결혼한 지 얼마 후에 장만했을 법하다. 그러니까 30년도 넘은 것일 것이다. 얼마나 튼튼하게 만들어졌는지 요즘에는 그런 제품을 구입할 수도 없다.

 

    특히 재료를 담는 유리그릇은 굉장히 튼튼하다. 바닥에 내던져도 끄떡없을 만큼 단단한 제품이다. 그것은 100볼트 제품이어서 우리가 이사를 가기 몇 년 전부터 전기가 220볼트로 바뀌었으므로 그 믹서기를 사용하려면 승압기가 필요하였다. 그런데 그 승압기가 가관이다. 믹서기 그릇은 튼튼해서 아직도 좋은데 승압기가 낡아서 깨지고 금가고 완전히 상이용사감이다. 그것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무엇이든지 잘 갈아지므로 내가 주방에서 애용하는 주방기구이다.

 

    어느 날 내가 직장에 나가고 없을 때, 교회 행사가 있어서 교회 주방에서 솜씨가 좋기로 자타가 인정하는 집사님이 요리를 하다가 무엇을 갈아야할 필요가 있어서 믹서기를 가지러 사택에 처음으로 들어오셨다고 한다. 그녀는 내가 사용하는 믹서기를 보고 기절초풍할 뻔 했다고 한다.

 

    며칠 후 주일 예배가 끝난 후 그 집사님이 나에게 와서 조용히 물었다. "사모님, 저희 집에 믹서기가 많은데요. 하나 가져다 드릴까요?" "갑자기 웬 믹서기를요? 저도 아주 좋은 믹서기를 갖고 있는데요." 했더니, 집사님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그걸 믹서기라고 쓰시고 있어요? 요즘에는 좋은 믹서기가 얼마나 많은데 지금도 그런 걸 쓰고 계세요?" 라고 하신다. "난 그게 좋은데......" 라고 했더니 더 이상 뭐라 말하지 않았다.

 

    우리가 부임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교회 주방과 식당 방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 교회에서 주일날 예배를 마친 후 다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일이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재정에 여유가 있는 교회들은 주방과 식당 방을 만들어 온 교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만찬교제를 나누는 것이 아름다웠다. 재정이 어려운 그 교회는 시류를 따르지 못했다. 제직연합회나 시찰연합회를 갈 때마다 다른 교회 성도들이 자랑하는 만찬 나눔에 대한 얘기를 들으며 부러워하기만 했다. 부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그 일이 마음에 다가왔다.

 

    은퇴 목사님 은급비도 드리지 못한 교회였으니, 여유 재정이 있을 리 만무다. 먼저 목회자 사례비를 걱정해야할 형편이었다. 그러나 그 때에 사모인 내가 직장생활을 했으므로 우리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었다. 그러니 성도들은 걱정을 했을망정 목회자는 걱정하지 않았다. 글쎄, 어린 자식들의 목구멍을 걱정해야할 형편이었어도 그렇게 여유가 있었을까 라고 묻는다면 나는 자신이 없다.

 

    그래서 부흥회 강사님의 어려운 목회 초년병 시절에 자식들이 굶고 학비를 못 내서 마음 졸였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는 몸 둘 바를 몰라 한다. 하나님께 죄송하기도 하다. "나는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없어서 직장을 붙들었습니다." 라고 고백한다.

 

     성도들은 내놓고 말은 안 해도 엄청 우려를 했건만, 목사님은 부임한 그 다음 주부터 주방과 식당 방을 건축하기로 하고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사람들의 우려와 염려와는 다르게 하나님은 적당한 때에 적절한 자금을 공급해 주셨다. 그래서 그 해(2002년) 여름부터 우리 교회도 주일 낮 예배 후에 점심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 2년 동안은 여전도 회원들이 신이 나서 앞 다투어 식사 당번을 자청해서 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한결같을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다. "하나님은 변치 않으시고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다"는 것을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든, 너 나 할 것 없이 누구나 사람은 모두 거짓되므로 너무 사람을 의지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10여 년 동안 방법을 몇 번 바꾸어 가면서 만찬 교제를 잘 나누고 있음을 감사한다. 이것 또한 하나님의 도우심이요, 은혜이다.

 

    주방을 완성하고 나니 이제는 주방 기기가 필요했다. 사택을 와 본 여 집사님이 맨 먼저 냉장고를 새로 구입한 날, 내게 말했다. "사모님, 오늘 새 냉장고가 들어오는데요. 이사 오실 때 여전도회에서 새 냉장고 못 사 드려서 죄송했어요. 사택 냉장고를 우리가 쓸 테니까 새 냉장고는 사모님이 쓰세요." 라고 한다.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쓰고 있는 냉장고 성능 좋고요, 사택 살림은 제가 알아서 하니까 상관마시고요, 교회 주방 살림만 잘 해주세요. 그리고 사실 저는 헌 것을 좋아한답니다.

 

     그게 편하걸랑요." 라고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니 이후로부터 "우리 사모님은 중고품을 좋아하셔."라는 말이 발이 달려서 이리 저리 돌아다녔다. 뭐, 어쩌겠는가? 사실인걸. 우리 집에는 알뜰매장에서 26만원 주고 산, 586L짜리 중고 냉장고, 시어머니께서 쓰시다가 놓고 가신 중고 김치 냉장고, 헌집을 치워주다가 얻어 온 중고 세탁기, 전 사모님이 물려 준 중고 믹서기, 그 외에도 여기에 다 나열할 수 없는 갖가지 중고품이 수두룩하다. 나는 중고품과 더불어 잘 살아가고 있다.

 

    오늘 사택에서 두 분을 초대하여 점심을 대접하기로 했다. 대접이라고 하니 거창한 솜씨를 발휘하여 장만한 음식을 대접한 것이 아니라 늘 우리 부부가 먹는 음식을 대접한 것이다. 한 분은 한 달 전에 새로 우리 교회에 오신 집사님이시고, 다른 한 분은 요즘 보기 드문 하나님의 사람, 전도사님이시다. 어제가 동짓날이었으니, 권사님이 쑤어 오신 동지 새알 팥죽과, 내가 끓인 단호박 콩 들깨가루 죽, 그리고 남편이 꼭 준비하라고 명령한 청국장찌개, 그리고 교회에서 주일날 주신 밑반찬 몇 가지였다.

 

     그러고 보니 사실 내가 손수 만든 음식은 두 가지 밖에 없었네. 나의 브랜드 음식인 단호박 콩 들깨가루 죽과 청국장찌개. 어쨌든, 두 분이 소탈하신 분들이라 어찌나 감탄을 연발하시면서 맛있게 드시는지(어쩌면 형식적인 멘트인지도 모르지만), 대접하는 내가 오히려 감복을 했다.

 

    전주에서 태인으로 시외버스를 타고 오시는 전도사님을 마중하러 남편이 자동차로 간 직후에 새로 오신 집사님이 먼저 도착하셨다. 내가 두 가지 밖에 안 되는 음식을 준비하느라고 분주하여 귤을 내놓으면서, "목사님 오실 때까지 여기 앉아서 좀 기다리세요." 하고는 주방에서 바삐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이 분은 사택 거실을 둘러보시다가 먼지가 잔뜩 낀 시계를 들고 화장실에 가서 물로 깨끗이 닦으셨다.

 

    식사를 하다가 그 집사님이 은근하게 "사모님, 제가 세탁기를 한 대 사 드리고 싶은데요." 하신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이사 올 때부터 있었던 여러 가지 중고품에 얽힌 이야기를 털어 놓게 되었다. 그랬더니 그 이야기로 시작하여 외모로 보아서는 알 수 없는 갖가지 사람들의 마음 중심에 관한 얘기를 나누면서 은혜를 나누었으며, "내가 보는 것은 사람과 같지 아니 하니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삼상 16:7)" 라는 말씀을 묵상하였다. 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출처 및 필자 삭제시 복제금지) 

 

 

 필      자

aeok yang

정읍 옹동 산성교회 

 양애옥 [사모]

 ao-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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