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잃음’과 ‘얻음’
잃음’과 ‘얻음’
- 김관선 목사 (산정현교회 담임)
잃어버리면서도 견뎌낼 수 있는 것은 그로 인해 얻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더 크게 얻을 것을 기대하면서 잃기를 즐기는지도 모릅니다. 돈을 잃는 것 같은데 더 많은 돈을 얻는 것이 투자일 것이며, 돈뿐 아니라 정성과 눈물을 아낌없이 쏟아 부을 수 있는 것은 자녀들이 얻게 될 빛나는 미래를 꿈꾸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우엔 시간을 잃기도 하고 또 다른 경우엔 체력을 소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통해 얻어지는 경험을 점점 더 많이 하다보면 더 큰 것을 웃으면서 잃을 줄 알게 됩니다. 물론 생각만큼 얻어지는 것이 없는 ‘잃음’도 있습니다. 큰 손실로 인해 상처만 남고 빚을 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시 또 그 잃어버림을 만회하기 위해 ‘잃음’을 반복합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삶은 누구나 할 줄 아는 것입니다. 정말 귀한 삶은 무엇일까요? 원치 않던 실패가 아닌, 처음부터 자신이 얻을 것이 없음을 알고도 기꺼이 잃어버릴 줄 아는 삶일 것입니다. 이런 사람을 세상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바보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1995년 12월25일 천국에 가신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리는 장기려 선생님은 우리교회 장로님이셨습니다. 그에게 춘원 이광수가 던진 질문이 있답니다.
“당신은 바보요, 아니면 성자요?”
우리나라 최고의 외과의사로서의 명성을 지녔음에도 그가 천국에 가신 후 남겨 놓은 것이란 복음 병원 옥상의 옥탑방 뿐이었습니다. 평생 모든 것을 주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다 잃었습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잃는 삶을 사는데 바보일 리는 없어 보이니 ‘혹시 성자가 아닐까?’란 생각을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 분은 잃기만 한 것 같지만 결국 놀라운 ‘얻음’이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잃고 보이지 않는 것을 얻은 정말 지혜로운 분이셨습니다. 세상의 눈으로는 바보 같았지만 그 보다 더 똑똑한 삶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분을 뒤 따르고 싶은 착한 사람들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번 여름에도 그 분의 삶을 기리는 필리핀 의료봉사를 함께 갑니다.
이런 삶의 흔적은 이미 주님께서 이 세상에 남겨주셨습니다. 결국 목숨까지 잃지만 그것을 통해 우리들은 영원한 생명을 얻었으니 그 삶이 지닌 가치는 그 어떤 것으로도 측량이 불가합니다. 진짜 바보는 잃지는 않고 계속 얻으려고만 하는 사람입니다. 잃는 것이 없이 어찌 얻겠습니까? 마치 뿌리지도 않고 거두려는 어리석은 농부와 같이 스스로 속이는 것입니다. 용기 있게 잃어버리는 사람을 주님은 찾고 계십니다. 좋은 것을 주시기 위해서.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얻음’에 집착합니다. 양 손 가득히 쥐고도 더 얻으려다, 손이 들고 있던 것마저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우리들을 보고 계시는 주님은 얼마나 답답하실지.
-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