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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털어넣은지(옛 쌍용중공업 인수) 10년, 30조 그룹으로 키우다 조선비

도심안 2011. 4. 30. 08:34

20억 털어넣은지(옛 쌍용중공업 인수) 10년, 30조 그룹으로 키우다 조선비즈 | 2011.04.30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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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쌍용중공업이 주식회사 STX로 거듭나는 영광스럽고 뜻깊은 날입니다."
    2001년 5월 2일. 경남 창원시에 있는 옛 쌍용중공업 엔진공장에서 '주식회사 STX 출범 선포식'이 열렸다. 쌍용중공업의 '월급쟁이' 대표였던 강덕수 회장이 외국계 펀드로부터 쌍용중공업 지분을 인수, STX로 사명을 변경하고 새 출발을 알리는 자리였다. 당시 강 회장의 나이 51세였다.

    ↑ (왼쪽 사진)강덕수 STX그룹 회장

    그로부터 10년 후인 29일 강덕수 회장은 중국 STX 다롄(大連)조선소에서 STX그룹 출범 10주년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열었다. 10년 사이 강 회장은 선박엔진을 만들던 회사 사장에서 조선·해운·플랜트·에너지 부문의 수직계열화를 거둔 재벌그룹 회장으로 변신했다. 2010년 그룹 매출은 26조4559억원으로, 10년 전 2605억원에 비해 100배 성장했다. 올해 자산기준 재계 순위로 STX는 12위다. 강 회장은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 동부 김준기 회장과 더불어 당대에 기업을 일으킨 창업 회장이다.

    ◆급속 성장 비결은 미래에 대한 결단
    동대문상고를 나온 강 회장은 1973년 쌍용양회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2000년 쌍용중공업 CFO(최고재무책임자) 전무까지 올라갔다. 외환위기를 맞아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쌍용중공업의 인수 주체였던 외국계 컨소시엄에 의해 최고경영자로 발탁된다.

    현재의 강 회장이 있게 만든 건 2001년 전 재산을 걸었던 결단 덕분이었다. 그는 스톡옵션과 직장생활에서 모은 돈을 합쳐 20여억원 전재산을 털어서 쌍용중공업의 주식을 사들였다. 서울 강남에 있던 아파트까지 처분하고 가족은 전세로 옮겼다.

    쌍용중공업 인수에 성공한 뒤 그는 곧이어 대동조선(2001년)과 범양상선(2004년)도 차례로 인수했다. 각각 현재의 STX조선해양과 STX팬오션이다. 현재 STX그룹의 양대 축으로 성장한 두 기업은 2005~2007년 조선·해운업 대호황기 때 엄청난 수익을 올려, 2007년 야커야즈 조선소(STX유럽), 2009년 풍력발전기 제조 회사인 하라코산유럽(STX솔라)을 인수하는 기반이 됐다.

    STX가 부실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한 것에 대해 "기업을 일군 것이 아니라 인수·합병만 한 것 아니냐"고 평가 절하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강 회장은 "묘목을 사서 거목으로 키웠다"는 말로 답한다. 대동조선을 사들일 때 매출은 3200억원이었으나, 현 STX조선해양은 4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범양상선 역시 매출 2조원짜리였는데, 5년 만에 6조원 규모로 키웠다.

    성장가도를 달리다가 큰 고비도 겪었다. 조선해운업계 대호황인 수퍼사이클이 끝나고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다. 2008~2009년 참모진이 구조조정을 건의하자 강 회장은 "한 사람이 나가면 네 명의 가족이 실직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거절했다. STX의 핵심 주력사업인 조선업과 해운업이 모두 초호황에서 대불황으로 급전직하했지만 STX는 구조조정없이 그 위기를 넘겼다.

    ◆세계 1등 회사를 만들어야하는 과제
    그룹의 규모는 국내 12위로 커졌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STX그룹엔 아직 확고한 세계 1등 회사, 1등 제품이 없다. 그러다 보니 경기가 좋지않을 때는 1~2위 기업보다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 경영을 주창하고, 급속 성장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대우를 일으켰던 김우중 회장과 닮은 점이 많다"며 "유럽·중국의 조선사업과 에너지 개발과 같은 해외사업이 본 궤도를 찾아야 새로운 신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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