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사 연구’ 푹 빠진 김경종 대전지법원장
기사입력 2009-01-27 22:24
“상고사(上古史)학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구려, 신라, 백제는 중국 대륙을 지배하면서 대륙에서 800년 내지 1000년을 지속해 온 강성한 국가들이었습니다.”
김경종(54) 대전지방법원장은 상고사를 공부하며 우리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등 ‘역사를 공부는 법관’으로 알려져 있다.
김 법원장은 “나는 역사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역사에 깊은 지식을 가진 사람도 아니지만 우연히 우리나라 상고사를 접하고 보니 의문 투성이였다”며 “이는 강단(講壇)사학자들이 중국의 고대 사서보다는 일본의 식민사관에 의존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김 법원장은 1년 6개월전부터 매주 토요일이면 서울 서대문구의 (사)상고사학회 사무실을 찾아 각계 20여명과 함께 상고사학회 회장인 율곤 이중재 선생으로부터 우리의 상고사를 배우고 있다.
특히 지난 9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의미있는 행사를 가졌다. 상고사학회가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으로 삼국사기 신라본기 12권을 정역(正譯)한 ‘삼국사기-신라본기’ 정역본 등 2권의 책자를 발간하고 연구 성과를 보고하는 세미나를 연 것.
(사)상고사학회가 고구려, 백제, 신라가 한반도를 넘어 중국대륙에 위치해 있었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중국의 고대 사서(史書)에 마한, 진한, 변한의 삼한에 관한 이야기와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에 관한 이야기를 철저히 고증한 결과라는 것.
김 법원장은 “고구려, 백제, 신라의 3국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3황 5제도 동이족(東夷族)”이라며“중국이 자랑하는 고대문화는 그 실체가 동이족의 문화이며, 동이족이 뿌리이고 중국은 가지(枝)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제의 역사가 800년이나 되는데도 공주나 부여를 포함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백제 왕궁터를 발견할 수 없다”며 “삼국사기에 나오는 백제의 성은 대략 65개 정도인데 그 중 한반도에 있는 이름과 같은 성은 북한산성, 독산성, 하남위례성 정도이고 나머지는 한반도에 없는 성(城) 이름이며, 중국고금지명사전에 의하면 위 3개의 성도 중국 대륙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법원장은 “우리의 고대사 연구도 원전에 근거하여 정확한 연구와 비판이 이뤄져야 한다”며 “국민들이 우리 역사를 제대로 배우고 이해한다면 우리나라도 머지 않아 초일류국가가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송연순 기자>
<사진설명>우리의 상고사(上古史)를 공부하며 올바른 역사를 널리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는 김경종 대전지법원장.<신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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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바로 알리기 앞장선 택시기사
기사입력 2009-01-29 01:27 |최종수정2009-01-29 01:46
[중앙일보 이진주] 김종식(59·사진)씨는 '재야' 역사학자다. 고구려·독도 등 역사논쟁이 붙은 분야에 관심을 쏟고 있다. 아마추어 수준은 넘어섰다. 『낱낱이 파헤친 고구려본기(1~4권)』를 펴내 국립중앙도서관과 주요 대학 도서관에 납본했을 정도다.그의 직업은 택시기사다. 오전 3시 인천 용현동 집을 나서 서울 가양동의 택시회사로 출근한다. 오전 4시부터 흰색 소나타를 몰고 꼬박 24시간을 일한다. 비번인 날에는 책쓰기에 몰두한다. 독도 관련 책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식사 때 외엔 말도 하지 않고 자정이 넘도록 글만 쓴다. 최근 독도를 한국 땅으로 인정한 일본 옛 기록이 추가 발견돼 그 한 줄을 덧붙이려고 며칠을 씨름하는 중이다.김씨는 “쉬는 날엔 10시간 이상 수도승처럼 공부한다”라고 밝혔다. 휴가를 내 답사하러 다니기도 한다. 사료로 가득한 방 한 칸에는 '보학당(補學堂)'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학문을 깁는 집'이라는 뜻이다.김씨는 고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다. 하지만, 어릴 때 동네 어르신으로부터 한학을 배워 역사 공부에 활용하고 있다. 그는 메모광이다. 택시 안에서도 손님과 대화하다 붙잡은 생각의 실마리를 일일이 적어둔다. 김씨는 “얘기를 하다 보면 저절로 문제가 풀릴 때가 있다”라고 말했다. 차량에 설치된 영수증꽂이에는 그런 메모지들이 가득하다. 책을 쓰다 부족한 사료는 부인에게 부탁해 도서관에서 복사해온다. 남편이 '역사에 미쳐 있다'는 걸 아는 부인은 말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도와줄 뿐이다. 처제는 원고를 타이핑해 준다. 아들에겐 그래픽 작업을 맡겼다. 그야말로 '가내 수공업'이다.김씨가 주목하는 것은 고구려사다. 우리 민족이 광대한 땅을 경영했던 시대에 대한 동경 때문에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시대 인물 하나하나의 정신에 '꽂혔다'.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땅을 보러 다녔던 자신의 과거가 재야 역사학자로서 든든한 자산이 됐다. 그는 “이처럼 과거를 돌이켜 생각하는 일이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독도 책만 마무리하면 다시 고구려사로 돌아가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논박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놨다.늦둥이 아들이 만들어준 그의 미니홈피에선 장사익의 노래 '찔레꽃'이 흘러나왔다. 장씨는 1980년 소리에 입문해 17년 동안 재야 소리꾼으로 지낸 끝에 비로소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17년 동안 고구려 가는 길을 걷고 있는 김씨도 어쩌면 비슷한 꿈을 꾸고 있지 않을까. 이진주 기자 <MEGANEWS@JOONGANG.CO.KR> |